규정 속도의 4배로 과속을 하다 탈선 사고를 낸 무궁화호 열차 기관사가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 22일 탈선 사고를 일으킨 무궁화호 1571호 열차를 운전한 기관사 정모(55)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하루 동안 열차 운행을 못 하게 한 혐의(기차 교통방해)도 적용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 사고로 다쳐 병원에 입원 중인 정씨를 일단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고, 정씨가 과실을 인정함에 따라 자료 검토 등을 거쳐 입건할 방침이다.
정씨는 전날 오전 3시 40분쯤 전남 여수시 율촌면 월산리 율촌역 인근에서 무궁화호 1517호를 운전하다가 탈선 사고를 일으켜 동료 기관사 양모(53)씨를 숨지게 하고 승객 8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자격을 갖춘 정식 기관사로 사고 당시 열차를 교대 운전했다. 숨진 양씨가 당시 부기관사 자격으로 정씨의 업무를 보조했다.
이 열차는 기관사 2인 승무 열차로 자체 규정에 따라 구간·시간대별로 번갈아 가며 교대 운전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들 기관사는 25년 이상 기관사 업무를 수행했다.
정씨는 사고 전날 오후 10시 45분쯤 서울 용산역에서 출발하기 전 코레일로부터 사고 구간(순천역∼율촌역)에서 선로 기반을 다지기 위한 궤도 자갈 교환 작업 중이기 때문에 선로를 변경하고 서행 운전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정씨는 하행선(용산→엑스포역)으로 운행하다가 순천역에서 관제사 지시에 따라 속도를 줄이고 시속 35㎞ 이하로 운행했다.
이후 10여㎞ 떨어진 공사 현장을 지나 율촌역에서 다시 속도(시속 35㎞ 이하)를 줄이고 하행선으로 갈아타야 했다.
그러나 정씨는 이를 어기고 사고 지점에서 평소처럼 시속 127㎞로 운행, 곡선 구간에서 탈선 사고를 일으켰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관제사 지시가 있었지만 사고 구간이 선로 변경 지점이라는 점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 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평소처럼 선로 변경 지점을 덕양역으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블랙박스 역할을 하는 열차운행정보장치와 무전기록을 분석, 관제 지시가 실제로 있었는지, 정씨의 진술이 맞는지 등을 가려낼 계획이다.
또 코레일을 상대로 안전 교육, 규정 준수 여부 등 안전 관리 책임에 대해 조사해 위법 여부가 있으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