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68혁명' 움직임이 일어나는 파리는 어디?]
지난 20일(현지 시각) 오후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Republique·공화국) 광장. 줄지어 들어선 천막 사이로 젊은이 수천 명이 모여들었다. "지금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들은 우리 미래를 더 나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미래가 불투명한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20대 남성이 시위대 앞쪽에 마련된 작은 연단에 서서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 양옆 천막에선 음식을 만들어 시위대에 나눠주는 사람, 청년 실업의 심각성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예술가 등도 눈에 띄었다. 참가자들은 이튿날 오전 1시쯤이 되자 주변의 쓰레기를 줍고 광장을 떠났다.
프랑스 청년과 시민들은 지난달 31일부터 4월 21일까지 22일째 이 같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후 6시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져 '뉘 드부(nuit debout·밤샘)' 시위라고 불린다. 몇몇 학생단체 등을 중심으로 시작된 시위가 전국으로 번지면서 '제2의 68혁명'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68혁명은 1968년 베트남전에 반대하다가 체포된 프랑스 대학생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미국·일본 등의 사회변혁운동으로 확대된 것이다. 파리에서 시작된 '뉘 드부'도 툴루즈·리옹·낭트 등 프랑스 60여 개 도시와 독일·벨기에·스페인 등 주변 국가들로 확대되고 있다.
이번 시위는 사회당 올랑드 정부가 내놓은 노동법 개정안 때문에 촉발됐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9일 10%가 넘는 실업률을 끌어내리기 위해 주당 35시간으로 제한된 근로시간을 늘리고, 직원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노동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반발한 수백 명의 청년들이 철야 시위를 벌였다. 참가자들이 늘어나면서 노동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주거 불평등, 파나마 페이퍼스, 여성 인권, 테러 대책 등 여러 사회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하는 토론의 장으로 발전했다.
'뉘 드부' 시위에는 지도자나 주동자가 없다. 발언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지 연단에 설 수 있다. 사회단체나 노조가 시위대를 결성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던 기존 프랑스 시위 문화와는 다르다. 광장에선 특정 단체 소속임을 나타내는 깃발이나 팻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발언 시간은 2분으로 제한된다. 참가자들은 머리 위로 손을 올려서 의사 표현을 했다. 머리 위로 손을 들어 흔들면 '찬성', 두 팔을 교차해 X표를 그리면 '반대'다. 머리 위로 두 손을 모으면 '조용히'라는 뜻이 된다.
밤샘 시위에 대해 해외 언론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프랑스의 시위 문화'라고 평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2010년 스페인 마드리드 푸에르타델솔 광장에서 시작된 '로스 인디그나도스'(분노한 사람들) 시위나, 2011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일어난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에 비유하기도 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프랑스 젊은이들이 시위의 주축이 된 것은 68혁명 때부터 시작된 일이지만, '뉘 드부'는 새로운 방식으로 주변 국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