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 샌더스의 '유대인 정체성'이 의심스럽다."
지난 10일 미 대선 후보 버니 샌더스 캠프가 뉴욕에서 처음 개최한 유대인 지지자 단합 행사에서 참석자 셰릴(여·67)이 주최 측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샌더스가 이달 초 언론 인터뷰에서 2014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당시 사망한 민간인 숫자를 실제보다 10배나 많게 잘못 말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다른 참석자들도 "샌더스가 친(親)이스라엘 입장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며 맞장구를 쳤다. 당황한 캠프 측은 "질의응답은 따로 받겠다"며 황급히 행사를 마무리했다. 행사 기획자인 뉴욕대 학생 사이먼(여·24)은 "유대인들은 유일한 유대인 후보인 샌더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가 분명하게 이스라엘 편을 들지 않아 끈끈한 일체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샌더스는 선거 기간 중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강조하지 않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 '폴란드 이민자 가정 출신'이라고만 하고,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건 밝히지 않았다. 지난달 21일 열린 미국 내 최대 유대계 로비 단체인 미·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례총회에 공화당 후보들이 TV 토론까지 취소하면서 총출동했을 때 샌더스만 불참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입장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샌더스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에 항의하며 작년 3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을 보이콧했지만, 그해 8월 타운홀 미팅에선 "이스라엘도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지난 14일 TV 토론에선 다시 "이스라엘의 공습이 지나쳤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일부 언론은 "샌더스가 외교·안보에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키워드 정보] 분쟁의 땅, 가자지구는 어떤 지역?]
이런 샌더스를 보는 유대인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대형 은행을 해체하겠다"는 샌더스의 대표적 공약은 뉴욕 월가(街)를 쥐락펴락하는 주류 유대인에겐 탐탁지 않은 부분이다. 샌더스가 비유대인과 결혼한 점을 들어 신앙심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한 샌더스 지지자는 "금융권에 진출해 있는 상당수 유대인은 경기가 좋았던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을 떠올리며 힐러리를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말 갤럽이 발표한 유대인 여론조사에서 샌더스는 힐러리보다 불과 1%포인트 더 높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열리는 뉴욕 경선에 빨간불이 켜진 샌더스로선 뉴욕 인구의 8.9%(175만명)를 차지하는 유대인 표심을 잡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샌더스 캠프의 뉴욕 선임 스태프 필 아러니어는 "가정방문을 많이 해 열성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