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들은 새로운 도전을 했다. 인터넷방송매체인 아프리카TV를 통해 실시간 방송 강의를 시작한 것이다. 당시 강의 목적은 '동문 AS'였다.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동문에게 '평생교육'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방송 강의 개설을 총괄한 김영걸 교수는 "(인터넷방송 강의를 하기 전) 5년 동안 동문 대상 청강 제도를 운영했지만, 직장인 동문이 듣기 어려웠다"며 "학생이 오지 못한다면 학교가 찾아간다는 취지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인터넷방송 강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강의 시작 전에는 우려도 컸다. "(선정성 논란 등이 많은) 아프리카TV에서 강의해 공연히 학교 이미지만 망치는 게 아니냐"는 게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강의가 시작되자 이는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이병태 전 카이스트 경영대학장이 강의하는 등 '우수한 강의 품질'을 인정받아서다. 미국에 가 있는 타 대학 경영학 교수까지 강의를 들을 정도다. 인기가 높아지자 지난해 동문 대상으로만 했던 강의를 일반인 대상으로 확대했다. 내용도 IoT(사물인터넷)·공유경제·핀테크 등 그야말로 '핫(hot)'한 주제로 구성했다. 현재까지 누적시청자 수가 1만5365명에 이른다.
◇오프라인 강의서도 받지 못한 날카로운 질문 쏟아져
인터넷방송 강의의 강점은 '실시간·쌍방향성'이다. 교수들은 강의하는 동시에 학생(이용자)들과 채팅창으로 소통한다. 김 교수는 "아직 일방적 강의 형태인 무크(MOOC)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형태"라고 말했다. 수강생 반응은 오프라인 강의보다 훨씬 뜨겁다. 김 교수는 "질문이 오프라인 강의 때보다 100배쯤 많이 나온다"고 했다. "인터넷방송을 시작하기 전에는 '질문이 없으면 어쩌나' '이상하거나 저급한 질문이 나오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죠. 하지만 교수가 놀랄 정도로 날카로운 질문이 나오고, 때로 MBA 강의 수준보다도 높은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불특정 다수를 향한 강의라고 해서 수준이 낮지 않아요. 그래서 강의진도 경영대학에서 내로라하는 교수로 구성했습니다. 어떤 질문이 나와도 바로 대답해 줄 수 있어야 하니까요."
인터넷방송 강의는 교수들에게도 새로운 자극이 됐다. 강의 중 실수하면 가차없이 지적하는 '살벌한' 시청자들 때문이다. 김 교수는 "강의 중 이름·연도 등을 잘못 말하면 그 즉시 지적이 들어온다"며 "20여년간 강의하면서 이렇게 지적받아본 적이 없어서 놀랍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現 초 3 대학 가는 10년 후, 시공간 제약 없는 쌍방향 교육 대세 될 것"
카이스트 경영대학의 시도는 이제 카이스트 본교에서도 주목하는 '교육 실험'이 됐다. 김 교수는 "앞으로 교육은 시간과 공간 제약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머지않아 학생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교수에게서, 원하는 내용의 교육을 받는 시대가 올 거예요. 지금도 MOOC를 통해 원하는 대학·교수의 강의를 들을 수 있고요. MOOC는 아직 한 방향 강의로 진행되지만, 곧 저희가 하는 것처럼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쌍방향 교육도 대세로 자리 잡을 거라고 봐요."
이런 변화 속에서는 대학·교수도 지금처럼 멈춰 있을 수 없다. 강의 방식·내용을 빠르게 바꾸지 못하면 도태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지금도 교수들 사이에서 '머잖아 아이들은 전부 미국 대학 강의를 듣고, 우리는 온라인에서 답변 달아주는 조교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농담처럼 나돈다"며 "그런 시대가 되면 진짜 잘 가르치는 교수 한 명이 전 세계를 가르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저는 지금 초등 3학년이 대학에 가는 10년 후쯤이면 그런 시대가 될 거라고 봐요. 이런 변화는 대학·교수들에겐 위기가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자기 대학 학생만 가르칠 수 있지만, 변화에 대응하며 실력을 갖추면 대학 담을 넘어 수많은 학생을 가르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는 앞으로 일어날 변화에 앞서 '실험'을 하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