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 입시를 위한 비교과 영역의 화제는 단연 소논문이다. 특목고에서 수년 전 시작됐고 최근엔 많은 학교가 관련 활동을 늘려가는 추세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반고생들은 소논문이 무엇인지 감(感)조차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다각도로 지도받는 특목·자사고생에 밀려 전국 소논문 대회 수상자 명단에서 일반고생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자신의 흥미 분야를 심화 학습해 차근차근 써내려간 소논문으로 전국 대회에서 수상한 일반고생을 만나 비결을 들어봤다. 이들은 "교외 수상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수 없지만, 경험과 자신감을 얻는 기회라는 생각으로 도전했다"고 입을 모았다.
◇과학실 청소부터 시작… 6개월 걸쳐 준비
'우리가 정말 할 수 있을까?'
서울대 생물교육과와 DMZ생태연구소가 주최하는 DMZ 청소년 포럼 청소년 환경 논문 발표대회 공고를 본 김영준(대구가톨릭대사범대부속 무학고 3)군의 머릿속엔 물음표가 가득했다. 경북 경산 하양읍에 위치한 무학고는 사방이 논밭과 산, 하천으로 둘러싸인 시골 학교다. 친구 세 명과 팀을 짜기는 했지만 서울에 있는 고교처럼 지도 교수에게 자문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유일한 실험실인 학교 과학실엔 쓸 만한 도구도 거의 없었다. 뽀얗게 내려앉은 먼지를 닦고 녹아 붙은 고무를 치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논문 양식부터 용어까지 논문에 관해선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았다. 송준식 지구과학 교사의 도움을 받아 천천히 익혀나가기로 했다. "사방 어디나 있는 방사성 물질인 라돈(Rn)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기사를 봤어요. 얼마 전까지 관심 있게 공부했던 미세조류 스피룰리나에 체내 방사성 물질 분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번쩍 떠올랐죠. 스피룰리나를 활용해 라돈을 분해할 수 있는지 연구해보기로 했어요." 김군과 팀원들은 운동장 흙·학교 천장 석고 보드처럼 흔히 접하는 물건들에서 측정한 라돈 수치와 그것에 스피룰리나 배양액을 분무한 뒤의 라돈 수치를 비교하는 실험을 설계했다. 공부로 바쁜 팀원들이 서로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워 스피룰리나 배양부터 보고서를 작성하기까지 6개월 넘는 시간이 걸렸다. 김군은 "처음 해보는 활동이라 익숙지 않았고 실험 중 오차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기도 했다"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틈 날 때마다 조금씩이라도 진행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주제는 주변에서 찾을 수 있어
이선인(서울 서문여고 2)양도 우연히 TV에서 해양 사고 뉴스를 보다가 소논문 주제를 떠올렸다. "좌초된 배에서 흘러나온 기름으로 바다가 검게 물든 장면을 봤어요. 궁금해져서 인터넷으로 자료를 좀 더 찾다 보니 지난 2007년 태안에서 일어난 선박 사고 때 자원봉사자들이 돌을 하나하나 헝겊으로 닦는 사진이 나왔어요. 그때 '기름과 바닷물을 효율적으로 나누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양은 필터(티슈나 헝겊) 종류·두께, 수온 등 다양한 조건에서 물과 기름의 혼합물이 어떻게 분리되는지, 분리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등을 관찰했고, 이 중 최적화한 조건을 찾아 유수 분리 장치를 제안했다. 소논문 제목은 '물과 기름의 젖음성 차이를 이용한 친환경적 유수 분리 방법'이다. 이 논문은 삼성 휴먼테크 논문 대상 환경 부문에서 동상을 받았다. 지난해엔 '왜 연잎은 물에 젖지 않을까'를 주제로 한 소논문으로 교내대회에서 은상을 받았다. 그는 "논문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가 부담스러워 시도조차 안 하는 경우가 많지만 학교에 제출했던 보고서를 한층 심화하는 정도로 생각하면 접근하기 쉬울 것 같다. 실제로 이번에 수상한 소논문도 '물과 기름은 분리된다'는 상식에서 출발해 좀 더 효율적인 유수 분리법에 대해 고민한 결과다"라고 했다.
◇학생다운 글을 써라
고려대 한국학연구소와 한국인문사회연구원이 올초 개최한 국내외 청소년 창의탐구 학술대회(ICR)에 '서로의 등을 긁어주는 사회-이타주의와 협력의 조건'이라는 소논문으로 참가한 김유진(서울 양재고 3)양은 "학생다운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요즘 소논문을 대신 써주는 컨설팅업체에 관한 뉴스가 많아서 저는 고등학생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연구라는 점을 강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심사위원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초록(抄錄)과 서론(序論)을 학생답고 솔직하게 쓰기로 했어요." 초록은 연구 내용과 결론을 간략하게 정리하는 부분이고, 서론은 연구 동기와 배경을 알리는 부분이다. "간결하면서도 명료하게 연구를 소개하기 위해 문장을 정돈하는 동시에 왜 이 연구를 시작했고 교과 내용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서술했죠. '이타적 인간의 출현'(최정규)이라는 책을 읽다가 경제학이 생물학·인류학·심리학 등 넓은 영역에 걸쳐 영향을 주고받고 있고,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와도 연결되는 부분이 많다는 걸 알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이 같은 과정을 꼼꼼하게 적었습니다. '괜히 어렵게 설명하지 않았나' 하고 몇 번을 다시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