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쉬토프 마이카(Krzysztof Majka) 폴란드 대사 인터뷰
"고학력 인력 풍부하고 임금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아"

"폴란드는 옛 실크로드와 비슷하게 서유럽과 동유럽을 잇는 교역로인 ‘앰버(amber)로드’의 길목에 자리했습니다. 폴란드를 통해 인구 5억명인 유럽 시장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또 폴란드는 공산주의 노선을 포기한 지 약 15년 만에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될 정도로 정치·경제적으로 성숙해졌습니다.”

서울 성북동 대사관저에서 만난 크쉬토프 마이카(Krzysztof Majka) 대사는 폴란드의 투자 매력과 성장 가능성에 대해 열성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폴란드에게 한국은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교역 대상이고, 한국에게도 폴란드가 동유럽 2위 교역국"이라면서 두 국가 간 경제 협력이 긴밀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의 주요 대기업이 동유럽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폴란드는 다른 한국 기업에도 좋은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 폴란드의 경제성장률은 3.6%를 기록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폴란드가 올해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3.5%의 성장률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새롭게 들어선 우파 정부가 헌법재판소 권한을 제한하고 공영방송에 대한 정부 개입을 정당화하는 등 정부 기관들의 독립성을 해치는 법안을 낸 것은 투자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정권 교체로 통화, 재정정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면서 올 연초 폴란드의 국가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낮춘 바 있다.

크쉬토프 마이카 대사

-투자처로서 폴란드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세계은행(WB)의 2015년 기업환경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동유럽에선 폴란드가 슬로바키아, 체코, 헝가리 등보다 앞섭니다. 또 다른 컨설팅업체 언스트앤영도 동유럽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폴란드를 꼽았습니다.

폴란드의 인구는 3800만명으로, EU 내에서 여섯 번째로 많습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EU 8위입니다. 물론 폴란드만 놓고 보면 소비시장 규모가 절대적으로 크지는 않습니다. 폴란드는 옛 실크로드와 비슷하게 서유럽과 동유럽을 잇는 교역로인 ‘앰버(amber)로드’의 길목에 자리했습니다. 폴란드를 통해 인구 5억인 유럽 시장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폴란드의 노동인구는 1700만명입니다. 학술센터가 500개 이상 자리를 잡고 있어 금융, 공학, 정보통신(IT) 등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고학력 인력이 풍부한 점이 폴란드의 강점입니다. 임금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폴란드의 노동력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4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해, 공산품 생산비용을 30% 낮추는 효과를 낸다고 합니다.

폴란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폴란드 정부는 ‘2011-2020 폴란드 경제의 주요 투자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지원책을 제공하고, 경제특구(Special Economic Zones)에 투자한 기업에게는 세금 면제와 행정 절차 지원 같은 혜택을 줍니다.”

-한국과 폴란드의 경제적인 관계는 어떻습니까.
"폴란드에게 한국은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교역 대상이고, 한국에게도 폴란드가 동유럽 2위 교역국입니다. 2014년 한국과 폴란드 간 교역 규모는 48억7000만달러(약 5조6000억원)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한국의 대(對)폴란드 수출액이 43억6000만달러로, 폴란드가 한국으로 수출한 금액을 큰 폭으로 웃돕니다.

한국산 기계와 전자기기용 부품을 수입해 폴란드 생산공장에서 조립해 수출하는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무역 적자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폴란드 정부는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보고 한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2002~2013년 기준으로 폴란드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중 한국 기업의 비중은 7% 정도입니다. 현재 폴란드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자기기와 가전제품을, SK화학이 화학제품과 플라스틱 상품을 생산하고 있어요. 삼성그룹은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할 정도로 동유럽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폴란드는 삼성그룹 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기업에게도 좋은 시작점이 될 겁니다.

한국에선 폴란드의 건설화학업체인 셀레나(Selena)가 함일의 지분 30%를 사들여 합작사를 세웠고, 선박용 권양기를 생산하는 토위모르(Towimor)의 아시아지사는 부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폴란드는 성공적으로 자본주의 국가로 전환한 사례로 꼽힌다. 소련(옛 러시아)의 영향력이 큰 공산주의 국가였던 폴란드는 1989년 들어 민주화를 택했고, 이후 정치와 행정, 경제 체제를 대대적으로 개혁했다. 주요 국영기업들이 민영화된 것도 이 즈음이다.

“행정적으로는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하는 탈중앙화, 경제적으로는 국영 기업의 민영화 등이 주요 과제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은행은 외국계 금융사에게 매각됐고, 덩치가 큰 조선업체는 작은 기업으로 쪼개졌습니다. 자동차 기업체는 이탈리아 자본이 인수했어요. 당시 물가가 하룻밤 사이에 100% 뛸 정도로 극심한 혼란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결국 개혁은 성과를 냈고, 폴란드는 공산주의 노선을 포기한 지 약 15년 만에 EU 회원국이 될 정도로 정치·경제적으로 성숙해졌습니다.”

마이카 대사는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체제를 도입하는 과정은 “충격 요법(shock therapy) 수준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개혁의 시기에는 향후 계획을 세우는 것 만큼이나 국민을 설득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개혁의 이점과 어려움을 설명해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개혁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유로존에는 가입하지 못하고 자체 통화인 즈워티(Złoty)화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유로존 가입 준비 상황은 어떻습니까.
"폴란드는 2004년 EU 회원국이 됐는데, 처음 EU 가입을 추진할 당시엔 반대 여론도 강했습니다. 특히 농민층의 반대가 심했어요. 당시 국회가 나서 경제적인 기대 효과 등을 설명하며 국민을 설득했지요. 폴란드 인구는 3800만명이지만, EU는 5억명입니다. 폴란드는 낮은 생산 비용 등 가격 경쟁력이 좋기 때문에 수출 면에서는 EU에 가입하는 게 유리했습니다. 지금은 EU 잔류를 지지하는 의견이 훨씬 높습니다. 2014년 여론조사 결과 EU에 대한 지지율은 89%에 달했습니다.

유로화를 도입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정치적인 문제입니다. 폴란드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명시된 유로화 도입 기준은 충족한 상황입니다. 유로화를 도입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유로화 도입을 찬성하는 국민의 비율은 25%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 등 사태가 불거지면서 유로화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늘었습니다. 국민 대다수의 찬성 없이 유로화를 도입하긴 어렵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폴란드 정부는 연금 개혁과 세제 개편을 단행했는데, 개혁 배경과 기대 효과는 무엇입니까.
"폴란드 사회 역시 인구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평균 기대ㅡ수명이 남성은 72세, 여성은 81세로 늘어난 반면, 출산률은 낮아지고 있습니다. 연금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죠. 연금 납부 기간을 늘리고 수령 시기를 늦추기 위해 은퇴 연령을 점진적으로 67세로 상향 조정할 계획입니다. 현재 65세인 남성의 은퇴연령은 2020년까지, 60세로 정해진 여성의 은퇴 연령은 2040년까지 점차 올릴 예정입니다. 연금 개혁은 여전히 논란이 많은 부분인데, 보험료 납부액에 따라 연금 지급액을 차등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세제 개혁의 경우엔 세율을 올리고 감세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뤄졌습니다. 지난 2011년 부가가치세율을 22%에서 23%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현재 소득세율은 18.5~32%이고, 법인세율은 19%입니다. 세금 인상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를 구했기 때문에 국민의 반발이 크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