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독자들에게 '테슬라'라고 하면 대개 전기자동차 회사를 떠올릴 것이다. 지난 3월 '모델 3'라는 이름으로 4000만원대 전기자동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혀 일주일 만에 32만 대에 달하는 예약 주문을 기록했다. CEO 엘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라는 우주 발사체 회사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발사체 로켓을 해상에서 회수하는 데 성공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상상 속의 기술을 속속 실현하고 있는 머스크가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실존 모델이라는 사실은 전혀 놀랍지 않다.
머스크가 회사 이름을 '테슬라'라고 지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니콜라 테슬라는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 현재 우리가 이용하는 전력 시스템의 주요 구성 요소들을 만들어낸 발명가다. 20세기가 전기의 시대였다면 테슬라는 그 중심인물이었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거대한 힘을 이용해 전기를 대량으로 만들고 이를 교류에 실어 장거리에 걸쳐 송전한다는 전력망의 기본 구조는 바로 그의 손을 통해 완성됐다. 이 과정에서 그는 당대 최고의 발명가인 토머스 에디슨과 갈등을 빚었다. 에디슨은 1884년 뉴욕 맨해튼 남단에서 전기 사업을 시작했는데, 소규모 발전을 직류로 연결하는 방식을 채택했던 것이다.
에디슨과 테슬라가 활동했던 19세기 후반은 미국에서 '발명가의 시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전자기 현상에 대한 과학적 원리가 알려지면서 이 분야는 야심 찬 젊은이들의 신천지가 되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에디슨은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고 직관과 시행착오를 통해 새로운 발명을 만들어냈다. 반면 동유럽 출신의 테슬라는 명문 기술학교에서 물리학, 수학, 공학을 전공했다. 어릴 때부터 상상력이 풍부했던 테슬라는 관행을 파괴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데 능했다. 에디슨이 노력파라면 테슬라는 괴짜 천재에 가까웠다.
전자기학이 19세기 발명가의 시대를 열었다면, 21세기 초에는 여러 첨단 과학기술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문제는 창의적인 기술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필요한 사회 변동을 동시에 상상하는 능력이다. 극단적으로 달라 보이는 에디슨과 테슬라의 공통점은 과감한 시연(試演)을 통해 투자자와 대중에게 새로운 발명품의 유용성을 설득하는 재능을 가졌다는 점이다. 전기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끄는 머스크의 모습에 테슬라가 겹쳐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