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이정현, 영남의 홍의락 '벽'을 넘다

전남 순천의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 후보는 2014년 7월 보궐선거에서 순천·곡성 지역구에서 당선되면서 지역주의 타파의 물꼬를 텄다. 이 후보는 이번 총선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고향인 곡성 지역이 떨어져 나가면서 불리한 구도 속에서 선거를 치렀다. 선거 초반만 해도 민선 4·5기 순천시장을 지낸 더민주 노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크게 밀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를 좁히면서 막판 승부를 만들어냈다. 이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현 정부 초대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지냈다.

이정현(전남 순천) 새누리당 후보가 13일 순천시 조례동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손을 흔들고 있다.

전북 전주을에선 정운천 새누리당 후보가 최형재 더민주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전북에선 1996년 강현욱 전 전북지사(신한국당)가 군산을에서 당선된 이후 20년간 새누리당 성향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다. 2010년 전북지사 선거에서 18.2%를 얻었던 정 후보는 19대 총선 때 36%를 득표하면서 당선 가능성을 높였다.

이번 선거에서 정 후보는 함거(檻車·죄수를 태우는 수레)를 끌고 다니는 독특한 유세로 눈길을 끌었다. 정 후보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전북지사로 출마할 당시 LH의 전북 유치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며 함거에서 일주일간 단식한 적이 있다. 전북 고창 출신으로 3수 끝에 고려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전남 해남에서 참다래(키위)를 키워 성공했다. 이명박 정부 초대 농식품부 장관을 지냈다.

19대 때 호남 유권자들이 '이정현'을 선택했다면, 이번에는 영남의 유권자들이 화끈하게 야당 출신 후보들을 찍었다.

홍의락(대구 북을) 무소속 후보가 13일 대구 북구 선거사무소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대구 북을에서는 더민주 비례대표 출신인 홍의락 무소속 당선자가 개표율 90.4%에서 52.7%를 얻어 양명모 새누리당 후보(39.1%)를 제치고 당선됐다. 홍 당선자는 이번에 더민주의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에 들어 컷오프(공천 배제)되자 탈당해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홍 당선자는 자신이 기업인으로 활동해왔던 경북에서 더민주 도당위원장을 맡았다가 대구시당으로 옮겨 지역구 출마를 준비해왔다. 홍 당선자는 이날 "지역과 중앙 간 구분과 경계가 없는 '큰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부산·경남에 몰아친 '야풍(野風)'

경남의 '낙동강 벨트'에서 시작된 야권 바람은 부산까지 번져 PK(부산·경남) 일대를 뒤덮었다.  앞서 19대 총선 때는 부산에서 18석 가운데 16석을 새누리당이 석권했었다. 19대 때 경남에서도 16석 가운데 14석을 새누리당이 가져갔었다.

전재수(부산 북강서갑)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3일 부산 북구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낙동강 벨트'의 야권 바람이 옮아붙은 부산에서는 진구갑의 김영춘 더민주 당선자가 개표율 99.8%에서 49.6%를 득표해 나성린 새누리당 후보(46.5%)를 이겼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김 당선자는 16, 17대 의원을 지냈다. 북강서갑에서는 전재수 더민주 당선자가 99.9% 개표율 상황에서 55.9%를 올려 44.1%를 거둔 박민식 새누리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전 당선자는 경남 의령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제2부속실장과 경제수석실 행정관 등을 지냈다.

사하갑(개표율 99.9%)도 최인호 더민주 당선자(49.4%)가 김척수 새누리당 후보(45.4%)를 제쳤다.

부산 연제구에서는 개표율 93.4%에서 김해영 더민주 후보(50.9%)가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김희정 새누리당 후보(49.1%)에 앞서 당선이 확실시된다. 남구을(개표율 89.1%)도 박재호 더민주 후보(48.0%)가 서용교 새누리당 후보(42.6%)와 대결에서 이겼다.

13일 실시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경남 김해을 출구조사에서 앞선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의 연호에 주먹을 불끈 쥔 채 인사하고 있다.

'낙동강 벨트'의 흐름을 주도한 경남 김해을 선거는 더민주 김경수 후보가 이만기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김해갑은 민홍철 더민주 후보가 당선 되었다. 김해을 김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청와대 연설기획 비서관 출신이다. 김해갑 민 후보는 군 법무관 출신으로 고등군사법원장(준장)을 지냈다.

서청원 8選 고지에… 주호영·진영·윤상현, 컷오프 딛고 '生還'

현역 의원 최다선인 새누리당 서청원(73·경기 화성갑) 당선자는 20대 총선을 통해 선수(選數)를 추가했다. 이번에는 8선(選) 고지였다. 헌정 사상 최다선은 9선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 박준규 전 국회의장,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등 3명이 있다. 8선 의원은 이만섭 전 국회의장, 김재광 전 국회부의장, 정일형 전 의원 등 3명이 있었는데 서 당선자도 여기에 합류한 셈이다.

그동안 서 당선자는 20대 국회의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총선 이후 새누리당 내 권력 지형이 어떻게 재편될지는 미지수지만 그럼에도 국회의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여권 인사들은 "정치 경륜으로 봤을 때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은 서 당선자만 한 인물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서 당선자는 1981년 11대 총선에서 민주한국당으로 서울 동작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12대 총선에서는 고배를 마셨고 민주화추진협의회 상임운영위원을 맡으면서 상도동계가 됐다. 이후 13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갑에서 당선돼 김영삼 전 대통령의 통일민주당에서 대변인, 총재 비서실장 등을 맡았다. 14~16대 총선에서도 동작갑에서 내리 당선됐다.

2002년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됐으나 이후 불법 대선 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2004년 17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하는 위기를 겪었다. 4년 뒤인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에서 배제된 그는 이에 반발해 탈당, 친박연대를 만들었다.

친박연대 비례대표 2번으로 18대 국회에 입성한 그는 공천 헌금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잃었다. 그러나 4년 5개월 만인 2013년 10월 치러진 화성갑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국회에 재입성했다.

친박(親朴)계 좌장인 서 당선자는 한나라당 사무총장 시절인 1998년 보궐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대구 달성 지역에 공천한 것을 시작으로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 전격 합류하며 측근 중의 측근이 됐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친박계가 대거 배제된 18대 총선 때는 친박연대를 창당해 14석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한때 그에 대해선 "박심(朴心)과 가장 가까이 있다"는 말도 나왔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인 서 당선자는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비박(非朴)계를 이끄는 김무성 대표와 수차례 충돌했다. 총선 선거운동 기간에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찾아 "대구가 박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 새누리당 후보를 선택하는 게 박근혜 정부를 돕는 일"이라며 진박(眞朴) 후보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서 당선자는 "20대 국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화성의 발전을 위해 일하겠다"고 했다.

與탈당' 주호영 4選 성공… 유승민과 함께 대구 최다선

컷오프(공천 배제)에 반발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주호영(58) 당선자는 이번에 4선(選)에 성공, 유승민 당선자와 함께 대구 지역 최다선 의원이 됐다.

새누리당은 수성을을 여성 우선 추천 지역으로 정하고 이인선 전 경상북도 경제부지사를 후보로 내세웠지만 주 당선자는 선거 기간 내내 우세를 유지했다고 한다. 주 당선자는 무소속 출마 회견에서 자신의 컷오프에 대해 "이웃 지역구의 소위 진박(眞朴) 후보를 살려내기 위한 꼼수이고, (이한구 공천위원장과) 친분 있는 여성을 내리꽂기 위한 지극히 사심과 사감에 가득한 결정"이라고 호소했고, 이것이 표(票)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주 당선자는 지난 2004년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특임장관 등을 지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특보를 맡는 등 계파를 넘나들었다. 새누리당으로의 복당(復黨)을 모색할 예정이다.

'원조 親朴' 불리던 진영, 새누리서 더민주로 옮겨 4選

더불어민주당 진영(서울 용산) 당선자는 새누리당에서 더민주로 당적(黨籍)을 옮겨 4선(選)에 성공했다. 진 당선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할 때 비서실장을 지냈고 현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한때 '원조 친박(親朴)'으로 불렸다. 그러나 2013년 기초연금 문제로 박 대통령과 멀어졌고 공천에서 탈락해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서울 용산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진영 후보가 13일 용산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유력해지자 지지자들과 환호하고 있다.

진 당선자는 지난 3월 더민주에 입당하면서 "대한민국주의자로서 새 깃발을 들었다. 그 깃발을 함께 들 동지를 더민주에서 찾았다"고 했지만 새누리당으로부터는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상대인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는 '배신의 정치 심판'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진 당선자는 "야당 성향 지지자들에 더해 박 대통령에게 실망한 여권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해 왔고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윤상현, '막말 파문'으로 공천 탈락… 무소속으로 3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한 '막말 파문'으로 공천에 탈락해 무소속 출마한 윤상현 후보가 인천 남구을에서 당선됐다.

'친박(親朴) 실세'로 꼽히는 윤 후보는 당초 공천은 물론 본선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 3월 김무성 대표의 '공천 살생부 파동' 와중에 김 대표를 향한 윤 당선자의 막말 녹취 파일이 공개되는 바람에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무소속으로 3선(選) 고지를 밟아 지역구 경쟁력은 입증한 셈이다.

윤 후보는 현 정권 들어 새누리당 사무총장과 대통령 정무특보 등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의 정국 운영에 핵심적 역할을 해 왔다. 다른 새누리당 출신 무소속 당선자들처럼 그 역시 복당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누리당 패배에 대해 '친박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은 윤 당선자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해찬, 정계은퇴 내몰렸으나 자력으로 7選

무소속 이해찬 당선자는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천 탈락하며 정계 은퇴 요구에 내몰렸으나 자력으로 7선(選)에 성공했다. 노무현 정부 때 국무총리를 지내면서 세종시 건설에 앞장섰던 이 당선자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세종시의 첫 지역구 의원이 됐다. 이번 선거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경호실 차장을 지낸 새누리당 박종준 후보를 꺾었다. 그는 "다시 한 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데 대해 세종시민들께 감사드린다"며 "김종인 대표의 정무적 판단은 자의적 판단인 반면 세종시민의 정무적 판단은 현명하고 옳았다"고 했다.

더민주 내에선 "이 후보의 복당(復黨)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이 후보는 198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평화민주당에 입당해 13대 총선 서울 관악을에서 처음 당선된 이후 17대 때까지 내리 5선을 했다. 김대중 정부에선 교육부 장관을 지냈다.

정동영, 정치적 고향 전주서 4選으로 '부활'

국민의당 정동영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었던 전주병(옛 전주 덕진)에서 4선(選) 의원으로 생환(生還)했다.

정 후보는 15대 국회에서 전주 덕진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고, 이곳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정 후보가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다가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에게 패배한 뒤 2009년 전주 덕진의 재·보선에 나와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바 있다.

정 후보는 19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지난해 재·보선에서 무소속으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해 떨어졌다. 이후 고향인 전북 순창으로 내려가 칩거하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에 입당했고, 고등학교, 대학교 후배인 김성주 후보와 맞붙어 이겼다.

이번 선거 기간 내내 정 당선자는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 일어서서 달리고 싶다"고 호소했다./이옥진,양승식, 원선우, 최경운 기자

오세훈 잡고 6選 오른 정세균 "국민이 與 심판한 것"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당선자는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여권 잠룡' 오세훈 후보에게 승리했다. 야당의 5선(選)인 정 당선자는 이번 총선 승리로 6선 고지에 오르며 당권(黨權)은 물론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정 당선자는 "여당이 제대로 일하지 못해 국민이 심판해 주신 것"이라며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허리 펴고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당선자는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에서 15~18대 내리 4선을 한 뒤 지난 19대 총선에서 험지(險地)인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겨 새누리당 친박 핵심 홍사덕 전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윤보선(4대)·노무현(16대)·이명박(17대) 전 대통령을 배출한 종로는 정 당선자의 19대 당선 전까지는 오랫동안 여당의 '텃밭' 지역이었다. 1998년 재보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것을 빼면 1988년 13대 총선부터 18대까지 모두 보수 정당 후보가 승리했던 곳인 만큼 야당 소속 정 당선자의 2회 연속 당선은 의미가 크다.

13일 투표 종료 직후 정세균 당선자가 새누리당 오 후보에게 크게 이기는 출구 조사 결과가 나오자 정 당선자의 선거 사무실은 지지자 200여명의 환호성에 휩싸였다. 지지자들은 '정세균'을 연호했고 일부는 '정세균 대통령'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정 당선자는 웃는 얼굴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정 당선자는 "감사하다. 모두 여러분 덕분"이라며 "종로 유권자와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더 큰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정 당선자 측은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종로의 유권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오만한 국정 운영과 친박 세력의 막무가내식 공천에 준엄한 심판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정 당선자는 지난해부터 종로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화를 돌리며 지역 표심(票心)을 다졌고, 선거 운동 기간에는 무박(無泊) 총력전을 벌이기도 했다. 선거 전반전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 당선자가 여권의 떠오르는 간판인 오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종반으로 갈수록 점점 차이를 좁혀 결국 승리했다. 정 당선자 측은 "오 후보가 인지도를 앞세워 초반에 앞서갔지만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지역을 다졌던 것이 마지막에 효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당선자는 쌍용그룹 임원을 거쳐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라 정계에 입문했다.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역임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엔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내 야당 내 '범주류'로 분류되지만 온건한 성품의 소유자라는 평가다. 당 대표 재직 시절인 2009년 10·28 재보선을 승리로 이끄는 등 당내 리더십을 증명한 바 있다. 정 당선자는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측근 의원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았지만 이번 종로에서의 대역전극으로 대중적 인지도까지 한 단계 끌어올렸다./
/원선우 기자

나경원, 與 서울참패 속 4選… 새누리 여성 현역 중 최다선

새누리당 나경원 당선자는 서울 동작을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허동준 후보에게 승리를 거둬 4선(選) 고지에 올랐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낙마했다가 작년 7·30 재보선에서 당선된 뒤 이곳 지역에서 두 번째 당선이다. 나 당선자는 이번 당선으로 새누리당 여성 현역 의원 중 최다선 타이틀을 얻었다. 이에 따라 이번 총선에서 차기 대선 주자가 여럿 낙마한 여권에서 나 당선자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

13일 실시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 동작을 선거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가 동작구 자신의 선거 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환호하고 있다.

서울대 법대 출신 판사였던 나 당선자는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여성특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4년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입성한 그는 대중성을 쌓으며 스타 정치인 대열에 합류했다.

초선으로 당 대변인과 대통령 후보 대변인 등을 거쳤고, 18대엔 서울 중구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전당대회에 출마해 최고위원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나 당선자는 오세훈 전 시장이 무상 급식 찬반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물러나면서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낙마하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를 잘 극복했다는 평가다./양승식 기자

'대표적 非朴' 김용태, 서울서 내리 3選… 黨內 입지 커질 듯

14일 오후 11시 현재 서울 양천을에서 당선이 유력한 김용태 후보는 당내의 대표적 비박(非朴)계 인사다. 당선이 확정되면 여당의 험지라는 서울에서 18대부터 내리 3선(選)하면서 20대 국회에서 당내 입지가 커질 전망이다.

김 후보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소개로 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해 선거 전략 수립 등에 참여했고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 최연소 전문위원으로 일했다. "청와대 비서관으로 일하라"는 권유를 뿌리치고 지난 18대 총선에서 양천을에 출마해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당시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김 후보는 평소 "서울에서 졸면 배지가 떨어진다"고 말한다. 초선 의원이었던 2010년 '민원인의 날'을 만들어 지금까지 매달 두 차례 지역 주민을 만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총선 유세 도중 차에 오른발이 치였지만, 목발을 짚고 현장을 돌았다. 김 후보는 청와대와 당내 친박(親朴)계가 유승민 원내대표를 축출하는 과정에서 "삼권분립 붕괴 사태"라며 청와대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박수찬 기자

'무소속 출마' 통진당 출신 2명, 울산서 당선 확실

울산에서는 통진당 출신으로 무소속 간판을 달고 출마한 윤종오 후보와 김종훈 후보가 14일 0시 30분 현재 각각 북구와 동구에서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가 위헌 정당으로 심판한 통진당 출신 후보들이 불과 1년 4개월여 만에 지역구 선거를 통해 20대 국회에 들어오는 것이다.

김용태 기자 = 13일 실시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울산 동구 무소속 김종훈 후보(왼쪽)와 울산 북구 무소속 윤종오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되자 환호하고 있다. 이들은 해산된 통합진보당 출신이다.

윤종오 후보는 61.4%로 새누리당 윤두환 후보(38.6%)를, 김종훈 후보는 60.3%로 새누리당 안효대 후보(32.3%)를 제치고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었다. 윤 후보는 현대자동차 노조 대의원 출신으로, 민주노동당 소속 시의원과 구청장에 당선됐으며, 2014년엔 통진당 소속으로 구청장 재선에 나섰다가 낙선했다. 김 후보도 민노당 소속 시의원·구청장을 지냈고, 2014년 통진당으로 구청장 선거에 출마했으며 울산시당위원장으로도 선출됐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이번 총선에서 통진당 경력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사퇴하면서 자신들이 '야권 단일 후보'가 됐음을 적극 내세웠다.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달 단일화 중재를 위해 울산을 방문했고, 북구에 출마했던 더민주 이상헌 예비 후보는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아무 조건 없이 단일화했다"며 스스로 물러났다. 동구에서는 이틀 뒤(25일) 더민주 이수영 후보가 사퇴했다. 새누리당이 공천 파동 이후 당면한 위기를 수습하느라 울산 지역의 상황을 방치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아진 기자

화제의 비례대표들 살펴보니

두 다리 잃은 이종명, 바둑황제 조훈현… 박경미·신용현 등 과학계 인사들

20대 총선 개표 결과 비례대표 전체 47석 가운데 새누리당이 17석, 더불어민주당이 13석, 국민의당이 13석, 정의당이 4석 안팎을 거둬들였다.

새누리당 비례 1번인 송희경 전 KT 전무는 여성 IT(정보통신) 전문가로 발탁됐다. 새누리당은 19대 때도 비례 1번으로 여성 과학자인 민병주 전 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을 내세웠다. 새누리당은 이번에 김성태(8번) 전 한국정보화진흥원장 등 과학계 인사들을 발탁했다.

새누리당 비례 2번인 이종명 전 육군 대령은 2000년 비무장지대(DMZ) 수색 중 부상한 후임병을 구하려다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모두 잃었다. 노동계 몫으로 발탁된 임이자(3번) 전 한국노총 여성위원장과 문진국(4번)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도 당선되었다.

더민주는 1번인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와 최운열(4번) 전 서강대 부총장 등의 당선이 확정됐다. 이재정(5번) 전 민변 사무차장, 김현권(6번) 더민주 농어민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문미옥(7번) 전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 등도 당선이 확정됐다.

국민의당은 선거 막바지에 정당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초기 예상보다 비례대표 당선자가 늘어났다. 1번 신용현 전 표준과학연구원장과 2번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당선이 확정적이다. 안철수 대표의 측근인 박선숙(5번) 당 사무총장과 이상돈(4번) 공동선대위원장, 채이배(6번) 전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등도 당선이 확실시된다. 정의당은 20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를 당원들을 상대로 한 경선으로 뽑았다. 이정미(1번) 당 부대표, 군사 안보 전문가인 김종대(2번) 전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 등의 당선이 확정됐다. /선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