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와 국민의당,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조준…경제민주화, 공정성장론으로 ‘기업 규제’ 늘어날 수도
4월 총선에서 야권이 선전을 하면서 ‘경제민주화’, ‘공정성장’ 등 현 정부의 정책 기조보다 기업 규제에 좀 더 방점을 둔 경제 담론들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민주화와 공정성장론은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과 부당행위 근절 관련 제도 도입을 필수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목소리가 강해진 야권이 ‘양극화 해소’를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늘려 나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가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20대 국회에 입성하면서 ‘경제민주화’ 전선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정부가 추진한 경제활성화법안과 규제 완화 정책은 상대적으로 추진이 더 어려워졌다.
40석에 가까운 의석 수를 가지며 정책 ‘캐스팅보트’로 부상한 국민의당 또한 ‘공정성장론’을 20대 국회에서 강하게 제시할 예정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을 합친 의석수가 새누리당의 의석수를 훨씬 넘어서고, 새누리당이 원내 제 1당까지 내주면서 기업들을 긴장하게 할 법안들이 다수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도 있다.
◆ 더민주, 경제민주화=경영민주화…대기업 사내유보금, 편법 상속 등 ‘제동’ 나올 듯
더민주의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의 정의에 대해 ‘경영 민주화’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 등 상식적으로 봤을 때 문제라고 지적되는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잘못된 경영 방법으로 오너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등으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자원배분을 왜곡하는 것을 비판한다.
김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는 기업들에 대한 경제민주화 정책을 구체적으로 선보이지는 않았다. 공약에서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한국형 복지국가’에 집중했다.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문제는 20대 국회에서 법안과 정책으로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김 대표를 필두로 하는 더민주는 상법, 공정거래법 등 기업들을 규제하는 법안들을 다수 발의할 수 있다.
일단 더민주는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더민주는 4월 총선 공약으로 현재 시행중인 기업소득 환류세제에 임금증가분 가중치를 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기업소득환류세제의 과세 부과 방법은 두 가지다. 당기소득 × 0.8 - (임금증가액 + 투자 + 배당) 또는 당기소득 × 0.3 - (임금증가액 + 배당)이다. 위의 산식에 따라 산출되는 기준 미달액에 대해 10%를 과세가 적용된다. 더민주는 과세 산식에서 임금증가분 부분에 가중치를 두겠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공익재단을 이용해 편법 상속을 하는 것에도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는 성실공익법인 제도를 폐지해 공익재단이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면 모두 상속·증여세의 과세 대상이 되는 방안을 공약에 제시했었다. 이 정책은 4선에 성공하며 ‘재벌 개혁’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박영선 의원이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집단소송제와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한 도입도 20대 국회에서 거론될 수 있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중 한 사람 또는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면 다른 피해자들은 별도 소송 없이 그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기업에게는 소송 하나로 망할 수도 있을 만큼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소비자들의 권익이 그만큼 보호된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임원들의 불법행위 등으로 자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자회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대기업 오너들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 전문경영인들이 무한 충성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될 경우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계속 반대해 온 법인세 인상도 야권에서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다. 더민주는 과세표준 5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해서 현재 법인에 세율 22%를 2009년 이전 25%로 원상회복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재벌 대기업 법인세 비과세·감면도 축소한다.
이 외에도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 이익 공유제, 최저임금 인상 등도 더민주가 대표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 방안이다.
◆ 안철수 ‘공정 성장론’도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조준…더민주보다는 ‘성장’ 초점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이끄는 ‘공정 성장’도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조준하고 있다.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등 공정한 성장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의당의 ‘공정성장’은 더민주의 ‘경제민주화’보다는 성장의 중요성을 좀 더 반영하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을 통한 대기업 견제 등을 주장하고 있다.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해 공정한 경쟁을 하면 성장은 자동적으로 따라온다는 논리다. 경제민주화보다는 다소 반(反)기업적인 면이 덜하다는 평가도 있다.
국민의당이 선거에서 선보였던 공정성장 관련 법안은 세 가지다.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 처리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 법안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장 감독 기능에 힘을 강화하는 것이다. 공정위 운영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상임위원 수를 확대(5인→7인)하고 5년 임기보장 등을 통해 독립성을 강화하도록 했다.
두 번째는 중소·중견 기업의 성장을 도와 대기업을 견제해 ‘공정성장’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겠다는 정책이다. 현재 벤처·창업 지원을 위한 부처가 6개(중기청, 미래부, 산업부, 문체부, 교육부, 고용부)로 산재돼 있는 것을, 중소기업청에 강력한 정책조정기능을 부여해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세 번째 법안은 성공 위험이 높은 벤처기업 특성상 실패했을 때 벤처창업자가 과점주주인 경우 과도한 조세채무를 부담하는 사례를 개선하는 방안이다. 재기할 기회가 원천 차단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제2차 납세의무를 완화해 패자부활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또한 대기업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도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법인세 인상에서는 명목세율 인상보다는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증세 방안에 대해서는 금융 소득 과세 등을 언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