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창립 70여 년 역사상 처음으로 차기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공개 유세'가 1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실에서 시작됐다. '비공식 대화(Informal Dialogue)'라고 명명된 자유 토론이지만 후보들의 자질과 비전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사실상의 '인사 청문회'였다.

차기 유엔 사무총장에 도전하는 후보들이 1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 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실에서 열린 ‘비공식 대화’에 참석해 각자의 출마 동기와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스크린에 등장한 후보는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다. 각국이 추천한 8명의 후보는 193개 회원국 대표들로부터 질문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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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30대 젊은 나이에 몬테네그로의 총리를 거친 이고르 룩시치(39) 외교부 장관, 동유럽(불가리아) 출신의 여성 후보인 이리나 보코바(63) 유네스코 사무총장, 작년 말까지 유엔난민기구를 이끌었던 안토니우 구테헤스(67) 전 포르투갈 총리 등 세 명의 후보가 나섰다. 13일에는 다닐로 튀르크(64) 전 슬로베니아 대통령, 베스나 푸시치(63·여) 크로아티아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 나탈리아 게르만(47·여) 몰도바 부총리 등이 나서고, 14일에는 스르잔 케림(67) 전 유엔총회 의장(마케도니아), 헬렌 클라크(66·여) 전 뉴질랜드 총리가 지지를 호소한다. 지금까지 8명의 사무총장이 모두 남성이었고 유엔의 5개 권역(서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동유럽) 중 동유럽이 한 번도 총장을 배출하지 못해 이번엔 동유럽 출신 여성 후보가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후보 추천 마감이 명시된 것도 아니어서 앙겔라 메르켈(62·여) 독일 총리 같은 유력 후보가 더 나올 수도 있다.

지금까지 사무총장 선출은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이 '밀실 담합'으로 후보를 낙점해 총회에 통보하면 총회가 박수로 추인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이번부터 공개적으로 후보 신청을 받고 토론을 벌이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이날부터 청문회를 시작한 것이다. 두 번째 청문회는 오는 6월 영국에서 열린다. 7월 안보리가 후보 1명을 선정, 9월 총회에 상정하면 총회가 추인하게 된다. 후보가 누구인지 공개된 것만 해도 큰 진전이긴 하지만 이번에도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낙점'하는 후보가 총장이 된다는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