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 환자가 격리치료를 거부하고 병원을 빠져나가 6시간 동안 일반인에 노출된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환자는 음성으로 판명났지만 메르스 방역체계에 또다시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13일 질병관리본부와 강북삼성병원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국적의 A씨(22, 여)는 메르스 의심 환자로 분류돼 이날 격리 치료를 받던 중 오전 4시쯤 임의로 귀가했다. 이 환자는 질병관리본부의 위치 추적으로 오전 10시 국립중앙의료원에 이송될 때까지 6시간동안 방역당국의 관리에서 벗어나 있었다.
A씨는 메르스 유행 지역인 UAE에 거주하다 8일 국내에 입국했다. 입국 후 5일이 지난 13일 발열, 기침, 인후통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났다. 이날 오전 1시 31분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고 오전 2시 7분 질병관리본부에 메르스 의심 환자로 신고됐다.
메르스 의심환자로 신고되면 병원은 해당 환자를 격리 조치한다. 그 다음 질병관리본부 지시에 따라 관할 보건소에서 해당 환자를 국가지정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이송한다. A씨는 강북삼성병원 외부에 마련한 음압텐트에서 보건소의 이송을 기다리던 중 오전 4시쯤 병원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는 경찰의 도움을 얻어 A씨가 머무는 호텔 위치를 파악해 오전 5시 51분 호텔에 도착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4시간이 넘은 오전 10시에서야 해당 환자를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했다.
A씨는 메르스 최종 진단 결과에서 음성으로 나왔으나 추가 검사를 위해 국립중앙의료원 격리병상에 입원 중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환자와 접촉한 환자 가족과 강북삼성병원 의료진, 호텔 직원 등 17명에 대해 2주간 메르스 의심 증상 유무를 스스로 확인하는 ‘능동감시’를 진행하기로 했다.
의료계는 이번 환자 이탈 사건에 대해 ‘메르스 대유행이 생길 뻔한 아찔한 사건’이라고 지적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만일 환자가 양성이었다면 환자와 접촉했던 모든 사람을 추적하고 격리 조치를 해야 한다”라며 “환자 접촉자를 면밀히 파악하지 못해 대혼란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 관계자는 “환자는 격리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심했고 병원은 최대한 환자를 설득했다”라며 “감염병 의심환자가 병원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법적 권한이 병원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아랍권은 여성의 신체를 접촉할 때 신중해야 하는 문화가 있고 환자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이송이 지연됐다”며 “메르스 의심환자의 격리조치가 즉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방역체계를 다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질병관리본부가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메르스 의심환자 77명을 검사한 결과 77명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