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한국의 서원’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현지 실사 모습.

[[키워드 정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란?]

올해 한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려던 '한국의 서원'이 예비 심사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10일 통화에서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최근 유네스코에 제출한 평가 보고서에서 3등급인 '반려(Defer)' 판정을 받아 등재가 불투명해졌다. 추진단과 협의 끝에 자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통상 ICOMOS는 심사 후에 '등재 권고' '보류' '반려' '등재 불가'의 4가지 권고안 중 하나를 결정한다. 2등급인 '보류'만 받아도 현지 회의에서 뒤집을 수 있지만 '반려'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연계성이 부족한 서원 9곳을 백화점 명품처럼 골라서 엮었기 때문이다. 등재 대상인 서원은 전국에 흩어져 있다. 경북 영주의 소수서원, 안동의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대구 달성의 도동서원, 전북 정읍의 무성서원, 충남 논산의 돈암서원 등이다. 2012년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추진단(단장 이배용)'이 결성됐을 때부터 "여러 유산을 묶어서 올리는 연속 유산은 '연계성'이 가장 중요한데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지적이 많았으나 그대로 밀어붙였다.

지난해 9월 현지 실사 후, 린 디스테파노 홍콩대 건축학부 부교수는 "해당 서원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 알 수 없고 서원 건축물뿐 아니라 주변 자연 경관이 함께 보호·관리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주변 경관을 이루는 요소들도 유산 구역에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문화재청은 9개 서원의 문화재 보호구역을 확대하기로 하는 등 보완 노력을 기울였으나 본회의에서 뒤집기엔 무리라는 결론을 냈다. 익명을 요구한 문화재계 관계자는 "같은 서원이라도 교육 이념과 철학이 다르다. 예를 들어 퇴계 이황을 모신 서원으로 묶는 등 각 서원의 네트워크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강조했어야 했다. 같은 '대학'이라고 해서 연세대와 고려대를 하나로 묶어 신청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유네스코 회원국 중 세계유산 등재 실적이 높은 '우등생'으로 꼽혀 온 한국은 7월 이스탄불에서 열릴 제40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박수만 쳐주게 됐다. 최근 일부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마구잡이 등재를 추진하던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가 추진해 내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한양도성'과 2018년 등재 후보인 '한국의 전통 산사(山寺)'도 걱정이다. 특히 '한국의 전통 산사'는 연결고리가 약한 전국의 7개 사찰을 묶어서 신청할 계획인데, 그대로 냈다간 탈락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1995년 석굴암과 불국사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처음 올린 데 이어, 작년 백제역사유적지구까지 모두 11건의 문화유산과 1건의 자연유산(제주도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