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총선을 닷새 앞둔 8일 충북 청주와 전북 전주의 창조경제혁신센터들을 방문했다. 그중 청주에서 "이번에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20대 국회는 확 변모되는 국회가 되기를 여러분과 같이 기원하겠다"고 한 발언이 논란이 됐다. 야당에선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고 했고, 청와대는 "선거와 무관한 경제 살리기 현장 행보"라고 했다.

최근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순회를 포함한 박 대통령의 지방행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2월 대전을 시작으로 3월에 대구와 부산, 충남 아산과 판교를 방문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지방행은 번번이 '선거 개입 논란'으로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주에서 전주로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등 빡빡하게 일정을 짰다.

8일 오전 충북 청주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전시관을 둘러보다가 한 벤처기업이 개발한 천연 화장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웃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선거 관련 언급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나 충북 창조경제센터에서 한 발언이 논란이 됐다. 박 대통령은 창업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기업인이 크라우드펀딩의 활성화 필요성을 언급하자 "2년 전에 법안을 내놨는데 법안이 (국회에) 묶여서 통과가 안 됐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법안들을 통과를 시켜달라고, 이게 바로 벤처·창업 기업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얘기를 해도 (국회가 처리를) 안 해줬다"고 했다. 이어 "작년에 간신히 통과됐는데, 앞으로는 정말 창업이나 이런 데 도움되는 법안들은 좀 지체없이 빨리빨리 통과시켜주는, 그래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많이 주는…"이라며 "이번에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20대 국회는 그렇게 확 변모되는 국회가 되길 여러분과 같이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아니었더라도 이날 방문은 현지 표심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현재 충북 8개 선거구 가운데 충북 센터가 있는 청주의 4개 선거구는 박빙이고 다른 지역 4개 선거구는 새누리당이 앞서 가는 양상이다. 지난 19대 총선의 경우, 충북에서 새누리당은 5석, 민주통합당은 3석을 차지했었다. 범위를 넓히면 '중원'인 충청권 전체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여야 간의 싸움도 치열하다. '야권의 텃밭'인 전주에서는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더민주 최형재, 국민의당 장세환 후보를 상대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날 지방행이 전국적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지역에 따라 득실에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박 대통령이 움직이는 것이 지지층을 투표장에 끌어내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에 대해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은 "법안을 빨리빨리 통과시켜주는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렇게 말한 걸 보니 여당 많이 찍어달라는 뜻으로밖에 안 들린다"며 "대놓고 말을 안 했을 뿐이지 여당 지지를 유도하는 매우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비판 여론에도 아랑곳없이 선거 개입을 노골적으로 강행하는 걸 보면 선거의 여왕다운 표 계산이 있었으리라 본다"며 "제발 자중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상돈 국민의당 선대위원장은 "특히 여당 후보가 경합을 벌이는 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부당한 선거 개입으로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은 그런 옛날식은 더이상 안 통하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크게 논쟁거리로 만들 분위기는 아니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지방 방문에 대해 "선거 시절에 대통령이 간접적으로 선거를 도와주는 방법이 그 방법밖에 뭐 있겠느냐"고 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국내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손잡고 지역의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민관합동기구로 전국 17곳에 설치돼 있다. LG그룹은 지난 1년 동안 충북에서 바이오·미용·친환경에너지 관련 기업 100여 곳에 특허 이전과 투자 유치, 상품화 등을 지원했다. 효성그룹은 전북에서 탄소 소재(素材) 관련 기업과 협업 중이다.

이날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선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와 창업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인 '고용존' 출범식도 일제히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