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보〉(13~26)=우승과 준우승처럼 묘한 조합(組合)이 세상에 또 있을까. 모두가 결승 진출자들의 성취를 칭찬하고 부러워할 때 두 당사자는 천국과 지옥을 놓고 사생결단 맞선다. 최후의 승리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결승 이전의 성취는 무의미하다. 마지막 한 판은 영광뿐 아니라 실속까지 극과 극으로 갈라놓는다.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 아니나 다를까, 관객과 관계자들로부터 기어이 '2억원짜리 한 판'이란 탄식이 터진다. 아, 2억원짜리 바둑이라니!
백이 △로 뛰어든 장면에서 13은 옳은 방향. 21까지 거의 외길이다. 물론 21로는 참고도 흑 1로 하변을 챙기는 수도 가능하며 3까지의 진행도 훌륭한 일책이었다. 상변에서 백에게 2를 내준 것이 아프지만 하변 건설이 그 못지않은 데다 상변 흑의 두터움은 그것대로 아직 살아있기 때문.
22가 놓이니 역시 천하의 명당이다. 23, 25는 이런 경우 상변에서 중앙에 이르는 흑세를 확장하기 위한 상용의 행마법. 백도 견제구를 날릴 시점을 맞았다. 박영훈의 선택은 26. 하지만 4분 만에 놓인 이 수가 초반 문제수로 지목됐다. 적절한 타이밍, 적절한 깊이로 보이는데 뭐가 문제였는지 다음 보에서 밝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