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정보] 공천이란 무엇인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는 7일 '죄송합니다' '잘하겠습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사죄 회견을 했다. 김 대표는 "공천 과정에서 국민 눈 밖에 나는 잘못을 저지르고 실망시켰다"며 "용서하고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했다.

전날엔 최경환·조원진 의원 등 친박 핵심 인사와 대구 지역 후보들이 단체로 길바닥에서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박근혜 대통령을 봐서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고 했다. 영남과 수도권에서 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야당과 무소속 후보에게 밀리자 뒤늦게 꼴불견인 사과 릴레이를 벌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다르지 않다. 김종인 대표는 광주에서 "어렵고 힘들 때 광주 시민들에게 도움만 요청하고 정작 광주 경제가 어려울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8~9일 호남을 방문해 사과의 뜻을 밝힐 것이라고 한다.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밀리는 다급한 상황에 처하자 머리를 숙인 것이다. 무엇을 사과하는지도 명확하지 않고 무조건 용서해달라고 하는 식이다.

19대 국회는 막말과 갑질, 극한 대립으로 인해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남겼다. 여야는 공천 과정에서 친박에 의한 보복 공천, 김무성 대표의 '옥새 파동', 친노·운동권의 비례대표 명단 뒤집기 등 끝없는 막장극을 펼쳤다.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선심 공약을 쏟아냈다. 여야의 공약을 다 합치면 1100만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지하철 역도 수십 개가 늘어난다. 공약 실현에 드는 돈은 280조원이 넘는다. 무책임의 극치다.

국민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런 구태를 보이던 여야는 선거운동 막판에 표가 급해지자 지역 정서를 노골적으로 자극하고 코미디 같은 '사과 쇼'를 벌이기 시작했다. 정말 사과하고 싶었다면 여든 야든 공천 파동 직후에 해야 했었다. 투표 직전에 형식적 사과 몇 마디 던지면 표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큰 착각이다. 국민은 친박이 박 대통령에게 밉보인 인사들을 억지로 쳐내고 '진박(眞朴) 마케팅'을 벌이던 모습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친노·운동권 청산한다고 법석을 떨다 비례대표 공천에서 '도로운동권당'으로 돌아간 야당도 마찬가지다.

진심으로 사죄하려면 여야 모두 공천 파동의 당사자, 무분별한 공약을 남발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낡아빠진 정치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비전 또한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 여야가 이제 무릎 꿇고 사과했으니 표 좀 달라고 하는 건 국민을 얕잡아 보는 후안무치한 일이다. 이런 사람들을 뽑아놓으면 20대 국회에서도 온갖 구태와 막장극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걱정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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