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에 옥상 등에 텃밭을 만들거나 집안에서 화분을 이용한 도시 농업이 점점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도시농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도시 농업 참여자 수는 2010년 15만 3000명에서 2015년 130만 9000명으로 8.5배가량 늘었고, 도시텃밭 면적도 2010년 104㏊에서 2015년 850㏊로 8.2배 늘었다고 한다.

'텃밭 농사'에 대체 어떤 매력이 있어 바쁜 현대인들이 참여하는 걸까.

[내가 도시농부로 사는 이유]

매력 넘치는 도시농업

예전에는 도시농업이 근교의 주말농장이나 마당을 가진 집들이 마당을 활용한 형태였다면, 근래에는 넓은 땅이 없더라도 옥상에 텃밭을 만들고 베란다에서 작은 화분을 활용하는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도시 농업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키운다는 데 있고, 정성을 들여 무엇인가를 키운다는 것에 대한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는 정서적인 효과도 있다. 그렇기에 도시농부들에게 농사란 노동이 아닌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즐거운 놀이가 된다.

도시 농부들이 생산하는 농작물은 대부분 가족 혹은 주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양으로 직접 재배한 채소를 나누면서 인간관계도 돈독해지고 삭막한 도시 생활에 따뜻한 온기가 채워진다.

식량 생산을 하는 농업의 기본적인 기능을 넘어 삶과 생활의 가치를 높여주는 기능을 하는 것이 요즘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도시농업이다. ▷관련기사

온실가스 감축·도시환경 개선이라는 환경적인 기능도 있다. 옥상에 정원이나 텃밭을 조성한 경우 냉·난방비를 16.6%, 벽면녹화까지 병행하는 경우에는 냉·난방비를 평균 30% 정도 절감할 수 있다. 여름철 콘크리트 표면의 온도가 50℃인데, 식물로 덮인 옥상과 벽은 26~27℃로 유지된다.

농지가 형성됨에 따라 물과 공기의 순환도 돕는다. 도시 100㎡를 10㎝ 깊이로 녹지화한 경우 200ℓ가량의 빗물이 저장될 수 있으며 100㎡의 면적에 식물을 재배하면 성인 두 명이 1년간 호흡할 수 있는 산소를 제공한다. 이 외에도 노인 소일거리 제공·청소년의 인성 함양과 같은 사회적 기능을 한다.

다만 도시농업이 도시에 대한 집중을 강화시킨다는 의견도 있다. 도시농업이 도시민들에는 편리한 기능을 하지만, 도시 이외의 지역과는 단절시키는 기능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도시 농부는 세계적인 트렌드

도시농업은 산업화를 먼저 경험한 해외에서 보다 활성화됐다. 2011년 기준, 전세계 도시 농부는 8억명 이상이었다. 도시텃밭 형태로 독일에는 클라인가르텐(100만개)이, 영국에는 얼로트먼트(30만개)가, 일본에는 시민농원(3000개)이, 뉴욕에는 루프가든(600개)이 있다. 뉴욕에는 옥상에 텃밭을 둔 빌딩만 600개 이상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허드슨 강변 휴양 도시 욘커스의 항구엔 농장 한쪽을 뚝 떼어다 놓은 듯한 배 한 척이 정박 중이다. 약 200㎡(약 60평) 크기의 자그마한 배 위엔 유리로 만든 온실, 10여종의 토종 식물을 심은 작은 늪지, 두 개의 태양광 패널과 빗물을 받기 위한 커다란 수조가 설치돼 있다.

미국 뉴욕주(州) 허드슨 강변의 휴양 도시 욘커스 항구에 정박 중인 선상 농장‘사이언스 바지선(船)’. 배 위에 만들어져 전기와 수도를 전혀 사용하 지 않는‘오프 그리드’농장인 이곳은 도시의 자급자족을 위한 옥상 정원을 위한 일종의 실험실이다.

'사이언스 바지선(船)'이란 이름을 가진 이 배의 로버트 월터스 선장은 최근 "우리 배는 완전한 '오프 그리드(off grid)'로 도시의 건물 꼭대기에 설치할 옥상 농장의 모델"이라고 말했다. '오프 그리드'란 전기·수도 등 도시 구석구석에 연결된 에너지와 상·하수도 망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돼 있다는 뜻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가까운 농장에서 나는 식재료를 먹자는 '로컬 푸드'가 '직접 길러 먹자'는 자급자족 운동으로 확대되면서, '루프 톱 바(bar)'가 성행했던 뉴욕 마천루의 옥상엔 '루프 톱 농장'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취미 삼아 소량의 야채를 길러 먹는 수준을 넘어 최근엔 주변 식당과 소매점에 야채를 공급해 돈을 버는 '옥상 농부'들도 생겨났다. ▷기사 더보기

농사를 망치게 하려면

―텃밭 농사를 짓는 이유가 직접 기른 유기농 채소를 먹기 위함인가?

"그런 목표로만 텃밭을 하겠다면 바보짓이다. 거기에 투자할 시간과 비용으로 마트에 가서 유기농 채소를 사는 게 훨씬 낫다."

―식탁에 올릴 채소가 목적이 아니라면?

"밭에 나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스스로 한가해지고, 햇볕을 온몸으로 받다 보면 자신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 나는 이걸 최고로 친다. 물론 가족이 넉넉하게 먹고 이웃에게 나눠줄 만큼 수확은 해야 한다. 농사를 망치고는 텃밭을 계속 하기는 어렵다."

―무엇이 농사를 망치게 하나?

"처음 하는 사람들은 무엇이든 많이 심고, 빨리 심고, 최고로 잘 키우려고 한다. 과도한 열망 때문에 종종 실수를 저지른다."

―가장 흔한 실수는?

"농사는 하늘과 함께하는 작업이다. 아무리 재주 좋은 농부라도 추운 날씨에 씨앗을 싹트게 하거나 작물을 자라게 할 수 없다. 날씨가 충분히 따뜻하지 않았는데 초보자들은 급한 마음에 일찍 모종을 심는다. 대부분 냉해(冷害)를 입게 된다."

아파트 옥상텃밭

―벌레 먹고 못생긴 채소가 더 몸에 좋다고들 하는데.

"건강에 민감한 도시인들이 그렇게 오해한다. 벌레는 부드럽고 고소한 채소를 골라 먹는다. 질소 비료를 많이 주면 그렇게 된다. 사실 구멍이 숭숭 난 채소에는 벌레 알과 분비물, 세균이 묻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기형적으로 생긴 채소는 영양 부족이나 불균형을 말한다."

―유기농을 고집하지 말고 농약을 쳐줘야 한다는 건가?

"농약을 거부한다는 것이 손 놓고 있겠다는 말이 돼서는 안 된다. 직접 벌레를 잡거나 천연 농약을 만드는 수고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간단한 천연 농약은?

"상한 우유와 요구르트를 물에 섞어 분무기로 잎에 뿌려주면 점성(粘性) 때문에 진딧물이 붙어서 말라죽는다. 사나흘 뒤 물을 뿌려 잎을 씻어주면 된다." ▷기사 더보기

어떻게 시작하면 될까? '도시 농부'에 도전

풀 한 포기 길러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농사를 시작해야 하나 막막하다면 다음과 같이 해보자.

1. 사전준비

일단 무엇을 심을지 결정해야 한다. 씨 뿌리기는 봄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물에 따라 계절별로 가능하다. 텃밭작물 재배 캘린더를 확인해서 원하는 작물을 시기에 맞춰 심으면 된다.

출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텃밭의 크기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정하기 나름이지만 초보자라면 15~30㎥ 규모가 좋겠다.

2. 텃밭 유형 정하기

실외 텃밭, 주말 농장, 옥상, 베란다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텃밭별 환경과 조건을 확인하고 내게 맞는 것을 정하면 된다.

다년생 작물을 재배하거나 흙을 개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도시 근교의 넓은 밭을 구획별로 나눠 임대해주는 방식의 밭. 농기구나 농사에 필요한 많은 것들이 갖춰져 있어 편리하다.

적은 비용으로 녹지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대안으로 대도시 등에 자주 도입되고 있다. 특별한 용도가 없는 옥상을 밭으로 개간해서 사용.

집안에서 간단하고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접근이 쉬워서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고 작물을 수확하기도 쉽지만, 일조량 등의 작물의 성장 조건을 맞추기가 까다롭다.

3. 계획 세우기

재배할 작물 선택하기 위해서는 텃밭의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 소규모(7㎥) 텃밭에는 크기가 작고 생육 기간이 짧은 작물들이 좋다. 상추, 쑥갓 등이 있다. 중간크기(12㎥)의 규모라면 크기가 크고 생육 시간이 긴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면적이 넓은 텃밭(20㎥ 이상)의 경우는 호박, 감자, 고구마 등 상대적으로 노동이 적게 드는 작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효율적으로 작물 배치를 하려면 작물을 선택한 후 작물배치도를 그려보면 좋다. ▷작물 배치도 예시

4. 농사 짓기

농작물을 심기전 작물을 심을 밭에 골고루 거름을 뿌린 후 밭을 갈고 이랑과 고랑을 만들어 준다. 이랑의 폭은 양쪽에서 손 닿기 좋게 1~1.2m 정도 거리를 두고 만든다.

이랑과 고랑을 정리한 후에는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으면 된다.

씨를 뿌리는 경우, 씨앗의 3배 정도 깊이로 씨를 심어야 하며, 새가 와서 파먹을 수 있는 옥수수나 콩 등은 그물망을 쳐주면 좋다.

밭은 부담스러워 

옥상이 없으면 어떠랴, 마당이 없으면 또 어떠랴. 작은 화분부터 시작하는 '도시 농부 되기' 도전. 주방이나 베란다, 옥상 등의 공간을 활용해 채소를 기를 수 있는 ‘나만의 미니 텃밭’ 가꾸는 법을 알아봤다.

초보자라면 싱크대나 식탁 위에서 길러 일주일 안에 수확이 가능한 새싹채소로 채소 기르기에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 집에 있는 작은 종이컵이나 페트병, 채반, 대바구니 등에 키친타월, 부직포, 솜 등을 깔고 물을 충분히 적신 다음 씨앗을 뿌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준비도 간편하다. 신문을 덮어 어두운 곳에 두었다가 2~3일 후 싹이 나면 덮개를 열어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5~7일 정도 두기만 하면 된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어린잎을 맛보려면 무, 순무, 알팔파, 양배추, 겨자, 치커리, 적근대, 유채, 브로콜리, 청경채, 밀, 보리 등이 좋다. 씨앗은 종묘상이나 인터넷 새싹채소 쇼핑몰 등을 통해 소포장된 가정용 씨앗을 구입하면 된다.

재배하는 동안 물이 마르지 않도록 하려면 1일 3회 정도 물을 주거나 재배용기에 길이가 긴 키친타월이나 부직포 심지를 깔아 받침에 담긴 물을 빨아올리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퀴퀴한 냄새가 나지 않도록 매일 깨끗한 물로 갈아주는 것도 중요하다.

베란다나 옥상 등에서 가능한 상자 텃밭에 도전해보자. 초보자들이 길러 먹기 쉬운 채소로는 상추, 열무, 쑥갓 등이 있다. 박상훈 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 환경농업팀 지도사는 "실내 재배를 할 때는 집안의 일조량 환경에 알맞는 품종을 선택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며 "베란다 공간에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경우는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부추, 상추, 엔디브 등을 선택해야 재배 성공률이 높아진다"고 조언한다.

실내에서 깻잎을 화분에 심은 모습.

또한 "초보자는 파종부터 시작하는 것보다는 모종을 구입해 해가 잘 드는 현관이나 옥상에서 기르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귀띔한다. 흙은 살균처리가되어 깨끗하고 잡초가 자라나지 않는 가볍고 다루기 쉬운 시판 배양토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상자나 화분을 이용한 상자 텃밭을 가꿀 때는 용기의 깊이와 물주기에 신경 써야 한다. 박상훈 지도사는 "재배 용기는 깊을수록 좋은데 엽채류는 깊이가 최소 20㎝, 과채류는 깊이가 최소 40㎝인 용기를 고르는 것이 좋다"고 덧붙인다.

물을 줄 때는 용기에 있는 배수구로 물이 빠져나갈 만큼 흠뻑 주되, 흙이 바짝 말랐을 때 2~3일에 한 번씩 주는 것이 좋다. 옥상에서 재배할 경우, 기온이 높은 여름에는 수분이 빨리 증발되어 채소가 손상될 수 있으므로 깊이 30~40㎝의 용기에 담아 기르고 매일 오전 한번씩 물을 주는 것이 좋다.

주방이나 거실에 텃밭을 들이고 싶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수직정원'을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수직정원은 벽걸이용 화분과 자동 급수 및 배수 시스템을 이용하므로 땅이 아닌 벽면에 관상용 식물과 상추, 고추와 같은 채소를 기를 수 있다.

벽면조경 전문업체 그린와이즈(green wise.co.kr)의 박지현 실장은 "수직정원은 바닥이 아닌 벽면을 이용해 공간 활용도가 높고, 허리를 숙이지 않고 서서 작업할 수 있어 편리하다"며 "팬이 달려 있는 식물공기청정기를 별도로 설치하면 자연통풍과 산림욕의 효과도 누릴 수 있어 친환경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주거공간이나 상업공간에 설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한다. 수직정원을 설치하려면 1㎡당 100만원 상당의 비용이 든다. ▷기사 더보기

참고:  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 (http://agro.seoul.go.kr/)
모두가 도시농부(http://modunong.okd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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