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6년 신대륙 아메리카로 파견된 네덜란드 상인 페터 미누이트는 해변과 가까운 섬 하나를 발견한다. 튼튼한 돌과 평지의 섬. 성벽으로 둘러싼 새로운 도시를 짓기에 완벽한 땅이었다. 문제는 그곳엔 이미 카나르시즈라는 부족이 살고 있었다는 점이다. 부족의 촌장 세이세이즈를 만난 미누이트는 약속한다. 그 섬만 판다면 어마어마한 보물을 주겠다고. 무슨 보물이었을까? 네덜란드에서 가져온 도끼, 망치, 악기 그리고 유리구슬이었다. 유럽에서 건너온 반짝거리는 유리구슬. 이 엄청난 보물에 감탄한 세이세이즈는 살던 섬을 네덜란드인 미누이트에게 팔고 만다. 아, 그 섬은 바로 오늘날 뉴욕시의 중심인 맨해튼이었다.
남보다 더 넓은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남보다 더 빨리 새로운 가치를 이해한다는 말이다. 세상을 이해하지 못한 원주민에겐 불필요한 바위섬이 전 세계와 무역을 하던 네덜란드인들 눈엔 훌륭한 도시의 기반이었다. 인간에게 새로운 즐거움과 가치를 만들어주는 스마트폰 역시 동물에겐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는 무용지물일뿐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하는 우리. 하지만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단지 돈만 내고 있지 않을 뿐이다. 대신 우리가 제공한 데이터는 실리콘밸리 기업의 인공지능을 학습시켜 주고 있고 우리 머리에서 창출된 데이터는 그들을 위해 새로운 시장과 가치를 만들어주고 있다. 가치를 만들어내고 서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돈이라는 존재. 돈은 가치의 회전을 가능하게 하고, 가치의 미분이 돈이 될 수 있다. 베개 밑에 꼭꼭 숨겨둔 종이돈이 무의미하듯 수많은 규제로 묶어놓은 대한민국의 데이터는 가치를 창출해낼 수 없다.
유리구슬을 받고 맨해튼을 넘겨준 세이세이즈를 우리가 비웃듯 먼 미래 사람들은 '반짝거리는'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데이터라는 차세대 '황금덩어리'를 무료로 넘겨준 우리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