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파산제도 도입 10년째다. 지난 2006년 4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부터다. 지난 10년간 매해 약 15만 명이 파산·회생신청을 해왔는데, 그중에는 연예인도 있었다. 무리한 투자 후 실패하거나 지인이나 가족의 빚 부담을 함께 진 경우 등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개인파산 연예인은 매해 늘고 있는 추세다.
한 문화평론가는 “연예인의 경우, 한번 사업을 하게 되면 투자하는 돈이 일반적인 수준으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단위가 되기 때문에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파산신청을 하면 이렇다. 빚을 한꺼번에 탕감 받고 신용불량 기록이 삭제되며, 정상적으로 은행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채무 면책까지의 절차는 다소 까다롭다. 때문에 보통 법무사를 끼고 진행한다. 이렇게 갱생의 기회를 받게 되는데, 채무변제에 대한 책임감 상실 등의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이를테면 공무원의 경우엔 파산선고를 받으면 퇴직해야 하고, 변호사는 자격증이 취소된다. 참고로 여러 기업에서도 면직의 사유로 파산선고를 두고 있기도 하다.
아버지 연대보증으로 2014년 파산신청 박보검
지난 3월 초. 박보검이 2년 전 파산신청을 했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누나, 이모 팬들이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예능프로그램 , 다수의 CF에 출연하면서 몸값을 높이고 있던 때라 더더욱 그랬다.
박보검이 15세이던 2008년, 그의 아버지는 한 대부업체에서 사업자금 3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그러면서 아들을 연대보증인으로 내세웠다. 당시 박보검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아버지 박 씨는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았고, 빚도 갚지 못했다. 원금 3억원은 이자에 이자가 붙어 2014년엔 급기야 8억원까지 불어났다.
대부업체에서는 박보검을 그냥 두지 않았다. 탤런트 및 영화배우로 경제활동을 하자 그에게 아버지 대신 빚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당시 영화와 드라마 여러 편에 조연으로 출연했지만 그는 당시 무명이었다. 형편이 되지 않는 박보검은 이를 거부했고, 대부업체 측은 2014년 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박보검은 소송에서 “그땐 미성년 중학생이어서 아버지가 대출을 받은 것도, 나를 보증인으로 세운 것도 몰랐다. 연대보증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박보검에게 아버지 빚 중 일부를 갚으면 나머지 금액은 탕감을 받도록 하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박보검은 이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2014년 12월 서울중앙지법에 파산·면책신청을 냈다.
지난 3월, 법원에선 박보검에게 파산을 선고한 후 빚을 얼마나 탕감해줄지 조사하는 면책심사를 진행했다. 법원은 박보검의 소득에 대한 조사를 거쳐 3천만원을 갚으면 나머지 채무는 모두 탕감해주도록 하는 중재안을 제시했고, 결국 대부업체에서 이를 받아들이면서 파산절차는 작년 9월 모두 종료됐다. 이 한창 촬영 중일 때였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아버지 빚을 떠안은 박보검은 연대보증제도의 전형적인 피해자”라고 했다. 한편 정부는 2013년 개인에 대한 연대보증제도를 폐지했다. 그러나 폐지 이전에 보증을 선 채무는 여전히 상환의무를 진다.
#배우 박보검이 파산선고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같은 고충을 겪었던 스타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파산을 개그로 승화 윤정수
개그맨 김숙과의 가상결혼 프로그램으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개그맨 윤정수 역시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주가를 올리고 있는 요즘이지만 이렇게 재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윤정수는 2013년 한 방송을 통해 “20년간 벌어놓았던 돈, 집, 사람 모두 날렸다”고 고백했다. 한때 수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전성기를 누렸던 그는 상당한 재산을 모았었다. 그러나 사업 투자에 실패하고 투자와 관련한 지인의 빚보증까지 잘못되면서 2013년 9월 파산·면책을 신청했다. 법원은 같은 해 12월 그에게 파산을 선고했다. 면책도 허가해 남은 빚을 탕감해줬다.
윤정수는 자신의 파산 경험을 예능으로 승화해 ‘파산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지난 9월 23일 MBC 를 통해 자신의 파산 사유를 밝힌 이후 법원을 출입하면서 배운 법에 관련된 전문가급 지식으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법원에 출입하면서 배운 게 많다고 들었다”는 윤종신의 물음에 윤정수는 “웬만한 사람들은 나에게 다 물어본다”고 차원이 다른 법 지식을 드러냈다. 특히 윤정수는 “사실 연예인들한테 전화가 많이 온다”며 연예인들의 법 관련 상담을 해주고 있다고 밝혀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김구라는 “진정한 멘탈 갑이다”라며 감탄했다. 가장 최근 방송된(3월 19일)
면책심사 중인 왕년의 톱가수 이은하
7080 원조 디바였던 가수 이은하의 개인파산 선고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밤차’, ‘아리송해’,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돌이키지마’ 등 수많은 히트곡을 냈던 그의 파산 소식은 여러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법원은 지난해 6월 이은하가 빚이 10억원 이상으로 불어나 도저히 갚을 형편이 안 된다며 신청한 파산 및 면책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후 두 달 뒤, 파산선고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연예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부친의 빚보증과 연달은 사업 실패로 인해 거액의 빚에 시달려왔다. 건설회사를 경영하던 아버지는 빚보증을 잘못 섰다가 곤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2000년대 중반 이은하가 운영하던 엔터테인먼트사가 자금난에 시달린 것도 한몫했다. 방송활동이 뜸했던 그는 지난 2012년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결혼을 생각한 사람이 있었지만 결국은 실패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현재 법원에서 이은하의 채무를 전액 탕감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면책심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그가 일부 소득이 있는 점을 감안해 파산보다는 개인회생신청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번번한 사업 실패로 파산 이주노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후 이주노는 1998년부터 기획사를 운영했다. 그러나 음반시장 불황으로 재산을 탕진했고, 이후에도 벌이는 사업마다 번번이 실패했다. 돈을 빌려 투자한 뮤지컬에서도 손해를 봤고, 결국 2012년 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았다. 이후 2013년, 재기를 위해 돌잔치 전문업체를 열 계획을 세웠으나 지인 두 사람에게 사업비 명목으로 빌린 돈 1억6천5백만원을 갚지 못해 고소를 당한 상태다.
이 외에도 이 사업 준비과정에서 업체 지분과 수익금 분배를 약속하고 2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 다른 투자자에게도 고소를 당했다.
지난해 이주노 측근에 따르는 그는 현재 또다시 파산 직전의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주노의 측근은 “이주노는 현재 집 월세도 못 내고 있을 만큼 자금 사정이 나쁘다”면서 “이번 사건의 고소인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으로부터 돈을 빌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노는 현재 사기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지난 2월 26일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2차 공판이 열렸다.
영화 흥행 실패 심형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개그맨 심형래 또한 지난 2013년 파산선고를 받았다. 빚의 규모는 역대급인 1백7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흥행 실패가 원인이었다. 코미디언에서 영화감독으로 전업해 영화 (2007)로 큰 주목을 받았으나 영화 제작과정에서 빌린 대출금 채무를 지고 후속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빚을 갚지 못하게 됐다. 결국 회사 직원들의 임금을 주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전했다. 이 같은 돈 문제로 여러 민형사상 고소를 당했고, 결국 2013년 3월 파산을 선고받아 5개월 뒤엔 면책을 받았다. 심형래는 그 당시 한 인터뷰를 통해 “파산을 신청하기까지 너무 힘들었다”면서 “어떻게 해서든 꼭 재기해서 사회에 더 큰 공헌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심형래를 파산으로 몰고 갔던 로 재기를 하려는 모양새다. 최근 그는 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19일 제작사 측은 심 감독이 3월 18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화인글로벌영사그룹 본사에서 이신 회장을 만나 판타지 SF영화 에 약 5억 위안(약 9백억원)을 투자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로트 대부도… 송대관
국내 트로트계의 대부인 송대관도 빚 때문에 고초를 겪었다. 수없이 많은 히트곡을 내고 수십 년간 공연을 하며 거액을 모았지만,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에 손을 댔던 아내의 연대보증을 서면서 빚을 떠안았다. 송대관은 아내가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10억원을 갚지 못했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자택은 경매에 넘어갔다. 등기부등본상 채권 총액은 약 1백66억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2013년 6월 법원에 회생신청을 했고 소유하고 있던 주택과 토지 등을 팔아 빚을 갚아나갔다. 법원 결정으로 채무액 일부는 탕감을 받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송대관은 2년 4개월여 만에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고 전해진다. 상당 금액의 채무를 해결하면서 법원의 개인회생절차 종결결정을 받았다. 이후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활동을 재개하고 있으며 오는 4, 5월에는 공연도 앞두고 있다.
파산에 건강 문제까지 현진영
1990년대 히트곡 ‘흐린 기억 속의 그대’ 등으로 인기를 얻은 가수 현진영도 2014년 5월 파산·면책의 문을 두드렸다. 수입이 없고 건강상 문제로 연예기획사에 진 선급금 등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겠다고 호소한 그에게 결국 파산선고와 함께 면책이 허가됐다. 면책된 채무 규모는 4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 등 예능에 출연하며 재기를 꿈꾸고 있다. 오는 5월 7일에는 인순이, 노이즈 등 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이 대거 참석하는 시즌 2 공연에도 얼굴을 비칠 예정이다.
# 한편 이 같은 스타들에 대한 지나친 정보공개에 대해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굳이 알려지지 않아도 되는 개인적인 재무상황이 무차별적으로 공개되고 있다며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한 대중문화 관계자는 “아직도 연예인을 공인으로 봐야 하는지를 놓고 명쾌한 답이 없다”면서 “도덕적인 문제가 아닌 이상,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연예인의 사생활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 적절한 경계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파산까지는 아니더라도 연대보증으로 어려움을 겪은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연예인은 개그맨 김구라다. 김구라의 전 부인은 17억원대에 이르는 보증 빚이 있었던 걸로 알려졌다. 김구라는 지난해 4월 에 출연해 “보증이 몇천만 원 정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17억 정도 됐다”며 “그 금액이 사업하는 사람에게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가정주부가 17억 보증 빚을 졌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됐다”고 말했다. 이어 “2013년 4월, 내가 방송에 복귀할 때 채무가 9억7천만원 정도였다”며 “처형이 돈놀이를 하다가 빚을 졌고 집사람이 처형 채권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제공했다”고도 언급했다. 김구라는 또 “5부, 7부 이자까지 붙었는데, 집사람이 겁이 많아서 사채까지는 못 가고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렸다”면서 “성격상 내가 공황장애가 걸릴 사람이 아닌데 작년부터 집에 가면 매일 성질이 나 있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두 사람은 지난해 8월 25일 합의이혼 했다. 김구라는 아직 아내의 보증 빚을 갚는 중이다.
연기자 이계인도 빚보증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2014년 방송된 에서 그는 아내의 빚보증으로 살던 집을 내놨다고 고백했다. 이계인은 “‘7천만원을 빌려주면 한 달에 50만원씩 이자를 주겠다’는 친한 동생의 말에 아내가 돈을 빌려줬다”며 “그런데 첫 달은 이자를 받았지만 그 후로 아내의 친한 동생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계인은 “은행에서 독촉장이 오고 나중에는 압류가 들어왔다. 아내는 그 빚을 사채를 써서 갚았다. 그러자 일이 커졌다”며 당시 살던 집을 팔고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