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각) 정상회담을 갖고 2008년 이후 끊겼던 양국 간 FTA(자유무역협정) 실무 협의 재개에 합의했다. 양국은 올해 4분기 중 FTA 실무 협의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멕시코는 한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주요 중남미 국가 가운데 협의도 하지 않고 있는 유일한 국가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단 물꼬는 튼 셈이다. 향후 실무 협의에서는 멕시코가 한국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지원하는 내용도 논의된다.

멕시코 한류 팬들에게 “무차스 그라시아스” - 멕시코를 공식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각) 멕시코시티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열린 ‘한·멕시코 문화 교류 공연’을 관람하고 객석을 가득 메운 3200여명의 현지 한류 팬에게 직접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K팝과 태권도 공연 등을 지켜본 멕시코 관객들에게 스페인어로 “무차스 그라시아스(Muchas gracias·무척 감사하다)”라고 했다.

[멕시코는 어떤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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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멕시코는 미·일 주도로 작년에 타결됐던 TPP에 비중을 두면서 한국과의 FTA에는 소극적이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TPP의 미 의회 비준이 지체되고 발효까지 언제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멕시코 측이 한국과의 FTA가 의미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한·멕시코 FTA가 체결되면 한국은 자동차·철강·전자 등 주력 수출품에 고(高)관세가 철폐되고 823억달러 규모의 멕시코 조달 시장에 접근이 쉬워진다. 멕시코로서는 자동차·농산품에서 대한(對韓) 수출 확대, 중국 등 동북아 시장으로의 진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번에 양국은 무역 투자, 교통, 에너지, 수자원, 원격 의료 등 34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편 전날 박 대통령은 멕시코 메트로폴리탄극장에서 열린 '한·멕시코 문화 교류 공연'을 관람한 뒤 태권도와 K팝 공연에 열광했던 3200여명의 현지 한류 팬들에게 직접 인사말을 했다. 박 대통령은 "태권도, 아리랑 협연 등은 한국의 멋과 흥이 담긴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인데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스페인어로 "무차스 그라시아스(Muchas gracias ·무척 감사하다)"라고 했다. 관객들은 박 대통령 인사말이 한 문장씩 번역될 때마다 박수를 보냈다. 전비호 주(駐)멕시코 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멕시코 한국 대사(자신)보다 스페인어를 더 잘하는 박근혜 대통령님, 이제 저는 스페인어 '열공(열심히 공부하다)' 모드에 돌입하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전 대사는 스페인 대학에서 석·박사를 받았고, 스페인어권인 멕시코와 코스타리카에 총 네 차례, 10년을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