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장사 안 하나 봐."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풍물시장 2층에 위치한 '청춘1번가'.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청년 일자리 창출'과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이곳에 청년이 운영하는 점포 10곳을 입주시켰다. 이런 취지에 맞춰 '청춘1번가'라는 이름도 붙였다. 이곳엔 '딩동악기점'이나 '짱돌전파사'처럼 20·30대 젊은 점주(店主)들이 운영하는 점포 10곳의 간판이 걸려 있었지만, 가게 문을 열고 장사를 하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굳게 닫힌 유리문 위엔 '사업 이관으로 새롭게 오픈 예정' '시즌 마감' 등의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풍물시장을 구경하러 왔다는 한 20대 여성은 "1960~1970년대 전통시장 풍경을 복원한 풍물시장에 청년들이 운영하는 점포가 있다고 해서 왔는데, 허탕쳤다"며 발길을 돌렸다.
서울시는 이곳에 입주한 상점 10곳에 6개월 동안 임대료를 전액 지원하고, 운영 평가를 통해 6개월 연장 운영권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현재 '청춘1번가'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청년 상인은 한 명도 없었다. 10명 전원이 입주 6개월 만에 가게 운영을 포기한 것이다.
청년 점주들은 "처음 홍보했을 때와는 반대로 서울시가 임대료 외엔 별다른 지원을 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당초 '청춘1번가' 사업을 주관할 태스크포스(TF) 형식의 민간 조직으로 '풍물시장활성화사업단'을 앞세웠다. 서울시의 지원은 이 조직과 계약을 맺는 형태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 조직은 지난해 12월 31일 해체됐고, 청춘1번가 사업 계약도 풍물시장 상인회와 관리사무소로 넘어갔다. 그러자 청년 상인들은 원래 약속했던 계약 연장은 논의하지도 않고 서울시가 손을 뗐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영업 부진도 청년 상인들이 사업을 접은 이유 중 하나다. 이곳에서 매장을 운영했던 한 청년 상인은 "서울시의 준비가 부족했다고 느꼈다"라며 "매출도 워낙 부진해서 아무도 계약을 연장하려 하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시는 '청춘1번가' 사업의 실패 원인을 따지기 앞서 지난달 말 전통시장에서 장사를 할 청년 상인 30명을 선발해 연간 3500만원씩을 지원하는 '전통시장 청년상인 육성사업' 계획을 다시 내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청년 상인과 기존 상인들이 공생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 사업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또 인기 영합적인 정책만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것은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광주광역시는 2014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동구 대인시장에 청년 점포 15개를 입주시켰다. 그러나 이 중 2곳은 시장을 아예 떠났고, 4곳은 일주일에 한 번만 점포를 열고 있었다. 이곳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한 청년 상인은 "초기엔 청년상인에 관심이 많아 손님이 많았는데, 사업이 종료된 후 손님이 뚝 끊겼다"며 "청년 상인들이 지원의 사각지대에 내몰린 상태"라고 했다.
기존 상인들은 "청년 점주들이 지자체의 특혜를 받고 있다"며 못마땅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인천 강화풍물시장에서 강화군의 지원을 받아 화덕피자집을 운영하던 청년 상인들은 정부 지원 종료를 앞두고 "기존 상인들이 (점포 임대) 계약 연장을 앞두고 아침마다 (기존 상인회를 찾아) 문안 인사를 하고 허드렛일을 도맡아 할 것을 요구했다"는 글을 SNS에 올려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박시훈 광주 대인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 전 단장은 "1~2년 고생을 각오하고 온 청년에게 리모델링·임대료 등 초기 비용만 지원해주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며 "청년과 지역 상인들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