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사진〉를 향해 '대통령 불가론'을 제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막을 내린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 한반도 관련 질문에 답하면서 트럼프의 자질을 문제 삼았다. 그는 트럼프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가 최근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거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할 수 있다는 발언이 최근에 있었다. 이번 회의에서 그 부분이 논의됐다"며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외교나 핵 정책, 한반도, 전반적인 세계에 대해 무지하고, 핵무장을 용인하는 것이 얼마나 잠재적으로 위험한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사람은 '오벌 오피스'(Oval Office·백악관 집무실)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트럼프가 한국이 주한 미군 주둔과 관련해 비용을 내지 않는다는 잘못된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한국 및 일본과의 동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우리 존재의 기반이자 초석 중 하나로, 역내(域內) 평화와 번영을 보증해왔다"며 "세계인은 미국 대선을 주목하고 있고, 우리가 하는 일은 나머지 세계에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트럼프가 깊은 성찰 없이 외교정책을 내놓고, 잘못된 사실을 토대로 엉뚱한 주장을 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비난에도 트럼프는 2일 위스콘신주(州) 와소와 로스차일드 등에서 수천명의 지지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유세에서 "북한이 이웃 국가와 전쟁을 일으키더라도 그 지역 국가의 일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일본에 대한 방위 부분을 언급하면서 "분쟁이 일어난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겠지만, (전쟁은 그들이) 하면 하는 거지 뭐(If they do, they do)"라고 말하고는 "(한국이나 일본에) 행운 빌게. 알아서 잘 해봐(Good luck, folks. Enjoy yourself)"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과 전쟁을 한다면 일본 등이) 꽤 빨리 (북한을) 쓸어버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자신을 스스로 방어하는 것이 미국의 보호를 받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주한 미군 주둔에 대해서는 이전처럼 계속 불만을 털어놓았다. 트럼프는 "미치광이(maniac·김정은을 지칭)를 막으려고 2만8000명의 주한 미군이 남북한 간 휴전선 부근에 배치돼 있는데, 우리가 이것으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 계속해서 돈을 낭비하는 것뿐"이라며 "우리가 그렇게 이 나라를 보호하지만, 세금을 내는 미국인에게 돌아오는 게 없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세계의 경찰이 될 수는 없고, 다른 사람이 우리를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는 것을 멈추게 할 때"라고 했다. 트럼프는 "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지난 수년간 (한국과 일본이) 우리에게 빚진 돈 모두를 회수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좌충우돌식 발언에 대해 미국 정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지난주 "공화당 대선 후보의 외교정책이 미국의 동맹국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군사공약 재검토 주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본적으로 미국 부채 증가의 원인을 과도한 동맹국 지원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