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18곳 석권(席卷)을 목표로 하는 부산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친노(親盧) 후보 4명이 4수(修)에 도전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이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계속된 패배를 딛고 지역을 충실히 다져왔기 때문에 여당 후보들도 이번에는 안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4수가 마지막 대결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의 더민주 박재호(부산 남구을·57) 후보는 이 지역에서만 내리 네 번째 국회의원에 도전한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서용교 후보와 접전(49.3% 대 41.4%)을 펼쳤고, 17대 때는 당시 김무성 후보와 붙어 선전했다. 박 후보는 본지 통화에서 "뒷골목을 조용히 돌아다니며 집에 있는 어르신들과 주부들에게 다가가려 한다"며 "지역 주민들, 골목골목 가게 주인들 모습을 다 알아 애정이 크다"고 했다. 그는 "부산에서 네 번째 도전하며 최선을 다했고, 할 도리를 다했다"며 "필사즉생의 각오로 마지막 대결을 펼칠 생각"이라고 했다.

(왼쪽부터)부산 남을 박재호, 사하갑 최인호, 북강서갑 전재수, 북강서을 정진우.

노무현 정부 청와대 언론비서관 출신인 최인호(부산 사하갑·49) 후보는 별명이 '성학산 산신령'이다. 부산에서 네 번째 총선에 도전하며 '이웃집 아저씨'처럼 주민들에게 다가선 결과다. 그는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인 1일에도 단신(單身)으로 20여 곳을 돌아다녔다. 최 후보 측은 오랫동안 지역을 다져 왔기 때문에 이번 도전에선 당선 희망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국제신문의 지난 31일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 김척수 후보(34.5%)보다 3.4%포인트 뒤진 31.1%를 기록해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문대성 후보와 대결해 45.1% 대 41.6%로 패했다.

역시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제2부속실장 출신의 전재수(북강서갑·44) 후보도 2006년 지방선거 구청장에 출마한 뒤 네 번째 부산 지역 선거에 도전 중이다. 국제신문 조사(31일)에서는 새누리당 박민식 후보에 39.3% 대 26.4%로 뒤졌지만, 부산일보 조사(29일)에선 51.8% 지지로 박 후보(38.5%)를 앞섰다. 전 후보는 "지역 주민들과 비슷하게 생활하고, 고민하고 어울리다 보니까 동정론도 있지만, 이제는 '우리와 비슷하다'는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 외에도 역시 친노계로 분류되는 정진우(48) 후보도 북강서을에서 네 번째 선거에 도전 중이다.

문재인 전 대표 도움은 외면?

이 4수생들의 공통점은 문재인 전 대표나 중앙당 차원의 지원을 고사한다는 것이다. 더민주 관계자는 "열심히 선거운동을 해놔도 당 얘기가 나오는 순간 '안 되겠다'고 말하는 지역 주민이 여전히 많다"며 "그래서 후보 모두 최대한 홀로 다니며 바닥 민심을 다지는 중"이라고 했다. 더민주나 '문재인의 사람'을 내세우기보다는 후보들 자신을 앞세우는 것이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있다. 부산의 더민주 후보들은 노무현 정권 당시엔 실세로 불리기도 했지만 오랜 야인 생활로 중앙 정치와 동떨어져 있었던 게 약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단순히 동정론만으로 뽑아줄 수도 있지만, 결국 능력이 바탕이 돼야 하지 않겠나"며 "호남에서 당선됐던 이정현 후보의 '예산 폭탄'과 같은 영향력 큰 공약을 찾아볼 수 없어서 바람이 세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