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난민|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이언숙 옮김|민음사|296쪽|1만7000원





청년실업미래보고서|피터 보겔 지음|배충효 옮김|원더박스|408쪽|2만원

오늘날의 청년들은 '실업 세대(gener ation jobless)'로 남을지도 모른다. 올해 2월 기준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12.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EU(유럽연합) 국가들은 20%를 넘는 곳도 수두룩하다. 한국도 비정규직 등을 포함한 체감 실업률은 30%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새로운 세대가 미래에 대해 그 이전 세대보다 더 확신을 갖지 못한 것은 처음일 것"이라는 조제 마누엘 바호주 전(前) EU집행위원장의 발언에는 절박감마저 느껴진다. 지난해 유행한 '흙수저론' 역시 젊은 세대의 절망과 당혹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2011년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로 목표도 없이 가난하게 살며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는 젊은이들의 상황을 묘사했던 일본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31)는 이 책에서 아직 희망을 버리지 못한 청년들을 '희망 난민(難民)'으로 규정한다. 그들은 '지금의 나보다 빛나는 내가 분명 존재한다'고 믿으며, 그 희망과 현실의 격차로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 세대가 걸었던 '좋은 학교 → 좋은 회사 → 좋은 인생'으로 이어지는 길은 더 이상 이들 앞에 없다.

2008년 5월 세계 평화를 염원하며 114일 동안 전 세계 22개 항구에 기항하는 크루즈 여행선 '피스 보트'가 출항했다. 삶의 목적을 찾는 대학생, 대기업 신입사원, 전문직 종사자 등 다양한 출신의 청년 900여명이 승선했다. 저자는 선상에서 진행한 조사와 인터뷰 등을 근거로 "과거 일본인은 학생 시절을 결산하는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면 긴 머리를 자르고 기업에 근무하는 '어른'이 됐으나, (피스 보트에서 본) 젊은이들은 이런 변화를 겪지 않았고 작은 공동체에 만족하며 서서히 희망을 단념(斷念)했다"고 주장한다. '희망 난민'이 되지 않는 길은 역설적으로 희망을 갖지 않는 것이었다. 대신 이들은 청년 우익부터 스포츠나 음악 등을 매개로 한 정서적 공동체까지 다양한 하위 문화가 주는 '아늑함'에 더 소속감을 느꼈다.

도시의 저 수많은 빌딩 숲 어딘가에 비집고 들어갈 자리를 찾지 못하는‘실업 세대’에는 희망을 갖는 것이 어쩌면 고통일 수도 있다.

이 젊은 일본 사회학자의 주장에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 의식이 담겨 있다면, 인적 자원과 노동시장 분야 전문가인 피터 보겔의 시선에는 연민이 담겼다. 그는 "현재의 젊은 세대가 성장한 세상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탈바꿈한 세상, 정치·경제·교육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세상, 개인의 사생활 보호가 무차별적 대중 감시로 대체된 세상…"이라고 진단한다. 그들은 엄청난 양의 정보와 경험이 흘러넘치는 시대에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가능성은 오히려 삶의 방향성을 명확히 설정하지 못하거나 이를 거부하는 신(新)인류를 길러냈다. 이는 젊은 세대의 정체성 상실로 이어졌다. 극단적일 수도 있지만, IS(이슬람국가)가 노리는 이들도 바로 이런 젊은이들이었다.

저자는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 대안(代案)이라고 제시한다. 일자리는 단순히 생계 유지의 수단이 아니라, 개인에게 소속감과 정체성을 부여한다. 스위스 로잔공대에서 '실업자의 창업을 돕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약 130여개에 달하는 주요 국가의 일자리 대책을 소개한다. 대기업이 더 이상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창업은 새로운 돌파구였다. 특히 서구 사회가 30여년 전부터 이 문제에 천착해왔다는 사실은 우리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그는 "1980~2005년 사이 미국에서 벤처기업이 만들어낸 일자리가 없었다면, 평균 순고용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것"이라며 구체적 수치를 들이댄다. 영국의 왕세자 재단은 1983년부터 지금까지 8만명 이상의 청년 창업자를 배출했다. 여기에 투자된 1파운드당 약 4.31파운드의 가치가 창출됐으며, 이 중 3.24파운드는 청년의 능력 향상과 창업·취업·직업훈련이 만들어낸 가치다.

우리나라도 현 정부 들어 전국 17곳에 '창조경제센터'를 만들고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30년 뒤 우리도 이 정도로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책의 절반 이상을 창업 지원 사례로 정리한 것은 지루할 수 있지만, 정부 담당자나 연구자들에겐 유용할 것 같다. 저자는 개발도상국의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창업가의 배(The Entrepreneurs' Ship)'라는 프로그램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피스 보트에 올라 막연한 희망을 좇는 난민이 되기보다 창업가들의 배에 오르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