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천 비영리단체 시니어앤워크스 회장

[[기관 정보] 선관위에서는 어떤 일을 할까?]

'대한민국을 설레게 하는 아름다운 선택'이라는 현수막을 선거관리위원회가 내걸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총선은 설레지도 아름답지도 않은데, 이것이 나만의 생각은 아니다. 최선의 인물이 없어 차선이라도 택하려 해도 그마저 내키지 않으니 암울하다. 투표는 헌법이 부여한 국민의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 아닌가.

19대 국회를 돌아보면 화가 치민다. 300명이나 되는 의원이 그 많은 세비를 받고 최고의 특권을 누리고 위세 부리면서 4년간 한 일이라곤 당리당략 관철과 사욕 채우기 뿐 아니었나. 이런 상황에서 다시 투표장에 가자니 한마디로 막막하다. 당선 후 벌어질 일에 대한 우려가 거의 '트라우마' 수준이다.

평생 투표에 빠져본 적이 없으니 무효표라도 찍으러 가기는 가야겠다. 하지만 개표 결과에는 관심이 없다. '3류'로 평가받던 국회가 19대에 와선 아예 '4류'로 전락해 국가와 경제 발전의 방해꾼이 되었고, 다가올 20대 국회 역시 개선의 조짐이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다른 뾰족한 수도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 당선되고 나면 모든 권한은 다시 그들이 갖는다. 법도 만들고, 봉급과 연금도 마음대로 정하고, 공천 방식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내놓는다.

이제는 국민도 "이런 후보들은 다 필요 없다"고 반대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정치에 실망한 국민이 투표장에 나오게 하려면 투표에도 '컷오프' 제도가 필요하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음을 당당하게 알리기 위한 기표란을 추가하자. '지지 후보 없음'을 택한 유권자가 가장 많으면 그 지역은 4년간 국회의원을 두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런 입법을 국회의원들 스스로는 하지 않을 테니 국민투표를 해서라도 강제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이와 함께 의원들의 세비와 특권을 견제할 중립적 기관으로 무보수 명예직의 '국민의회' 같은 장치라도 만들어야 한다. 정치권 스스로 정신 차리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게 하기에는 현 제도가 너무 미흡하다. 우리나라는 지금 절박한 지경에 와있다. 만성적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고, 저출산과 고령화는 심화일로이며, 청년들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 자포자기 상황 아닌가. 나라의 발목 잡는 정치권부터 대수술하지 않고는 해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