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로 예정됐던 일본의 제2차 소비세율 인상이 연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일본은행(BOJ)이 경기 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라는 극단적인 카드까지 꺼내 들었지만, 소비자물가 등 경제지표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7월 총선을 앞두고 아베 신조 총리가 증세 연기를 명분으로 중의원·참의원 동시 선거를 치러 개헌을 추진하는 정치적 노림수가 깔렸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소비세율 인상을 사실상 보류키로 결정하고 내달 5일 이런 방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지난 28일 보도했다. 고령화로 인한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은 2014년 4월 1차 소비세율 인상(5%→8%)을 단행했고, 2015년 10월에 2차 인상(8→10%)을 하기로 했다가 경제 상황을 이유로 2차 인상 시기를 2017년 4월로 한 차례 연기했었다. 2차 인상 연기를 놓고 아베 총리는 유권자의 판단을 받겠다며 2014년 11월 중의원을 해산한 뒤 총선을 실시해 권력을 확실히 틀어쥐었다. 이번에도 소비세 인상 보류를 핑계로 양원 동시 선거를 치르는 비슷한 시나리오가 예상된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실제 아베 총리는 2차 소비세율 인상을 놓고 "리먼 사태, 대지진 같은 심각한 사태를 제외하고는 (소비세율 인상을) 반드시 실시하겠다"(지난해) →"세계경제 수축이 실제 일어나고 있는지 정치적으로 판단해야 한다"(지난달) →"그들(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 연기하는 게 좋겠다고 말한 게 상당히 중요하다"(이달 중순)로 말을 바꾸고 있다. 최근 총리 주재로 개최한 국제금융 경제 분석회의에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잇달아 참석시켜 "소비세율 인상을 지금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피력하게 함으로써 소비세 인상 연기 군불을 때는 중이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사설에서 "일본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합해 1000조엔(약 1경258조원)의 빚을 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세율 인상이 예정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