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기업 2769곳의 노사 단체협약을 조사한 결과 정년퇴직자나 장기 근속자 자녀, 업무상 사고·질병·사망자 자녀에게 입사 시험 때 가산점을 주거나 우선 채용 또는 특별 채용 혜택을 주는 조항을 둔 곳이 25.1%인 694곳에 달했다. 눈여겨볼 것은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 750곳 가운데 37.1%인 278곳이, 고용 규모 1000명 이상 대기업은 342곳 중 35.1%인 120곳이 그런 조항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이, 일반 노조보다는 강성 민주노총 소속 기업에 '고용의 대물림' 관련 단협 조항이 많은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11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차별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1조 2항은 '사회적 특수 계급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고용정책기본법 7조(취업 기회의 균등 보장)는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신앙·연령·신체조건·신분·출신지역·학력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직업안정법도 2조(균등 처우)에서 '누구든 성별·연령·종교·신체조건·신분 등을 이유로 고용 관계를 결정할 때 차별 대우를 받아선 안 된다'고 했다.

이런 법의 정신은 명백하게 부모가 자식에게 일자리를 물려주는 고용 세습의 단체협약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단체협약이 실행되면 선망받는 기업 직원들은 자식에게 자리를 물려줄 수 있게 된다. 그건 사실상 '귀족 노동자'라는 사회적 계급이 출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헌법 위반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법원은 고용 세습 단체협약에 대해 '선량한 풍속과 사회 질서에 위반한 법률 행위는 무효로 한다'는 민법 103조에 따라 '반(反)사회질서의 법률 행위'라고 보고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고용 승계 단협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그에 대한 분명한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고용정책기본법에 처벌 규정을 신설해 고용 세습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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