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러닝(deep learning)'의 원조인 인간은 3~5세에 언어적 발달이 특히 왕성해지고 책을 접하면서 정서적 유희와 즐거움, 사고력과 판단력의 체계가 잡히는 경이로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알파고(AlphaGo)'가 따라올 수 없는 무수한 상상의 나래로 딥 러닝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는 시기란 것이지요."

어린이와 청소년의 심리·행동·정서를 연구해온 김붕년(49·사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27일 본지 인터뷰에서 영·유아와 어린이들의 책 읽기는 상상력과 창의성을 길러줘 어린이의 평생 행복을 결정하는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서 '내 아이의 평생 행복을 결정하는 아이의 뇌'를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의 보고인 책 읽기의 세계로 아이들을 안내하자"며 독서의 중요성을 알린 바 있다.

김 교수는 일본 도호쿠대학의 류타 교수의 연구를 인용,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뇌의 가장 앞부분인 전전두엽에서 나온다"며 "그런데 책을 읽게 되면 전전두엽을 많이 사용하게 돼 상상력이 길러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보통 인간은 7세 이후에 삼단논법을 이해하고 10세쯤부터 스스로 만든 가설을 확인하며 논리성이 생기는데, 6세가 되기 전에는 되레 터무니없어 보이는 상상까지 해보며 실제 해보지 않고 가보지 않아도 스스로 만든 판타지에 즐거움을 느끼고 강한 인상을 받기 오히려 쉽다"는 게 김 교수 설명이다.

그는 "빅데이터라는 엄청난 정보를 접하는 인공지능보다 인간이 얻는 정보의 양은 미미하겠지만, 반대로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스스로 상상해 만들어 내고 가상해 생각해 보는 강점이 있다"며 "이 강점을 키우려면 '책 읽기'가 비결"이라고 말했다.

"창의성은 축적된 지식을 새로 연결하고 조합할 때 나타납니다. 이 연결고리가 바로 상상력이에요. 자유로운 상상력이 기존 지식들을 그물 짜듯이 종으로 횡으로 연결하는 것이죠. 책 읽기는 이 모든 것을 제공하며, 책의 세계에 빠진 아이들이 창조적 아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통해 뇌가 춤추게 해야 한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뇌로 평생을 살아가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