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의 원래 의미는 무엇일까?]

이세돌 9단과 대결한 알파고의 '인공지능(AI)' 학습 방식 '딥 러닝(deep learning)'은 인간 뇌의 신경망을 본떠 만들었다. 알파고가 수십만장의 바둑 기보를 시각 정보로 저장해 놨다가 승률이 높은 수를 학습해 대국에 임하는 것처럼, 우리 뇌도 자극을 받아들인 뒤 필요한 정보를 장기 기억 장치에 저장했다가 상황에 맞게 꺼내 쓴다. 더 많은 기보를 저장할수록 알파고의 힘이 세지듯, 인간도 많은 자극을 받아들여 신경망을 확장할수록 사고력이 높아진다. 김대식 카이스트(KIA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우리 뇌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곧 딥 러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인간의 '딥 러닝'을 위해 필요한 활동과 과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뇌가 완성되는 시기인 어린 시절 독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인간의 뇌 발달에는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s)'가 있는데, 그 시기는 대체로 생후 8개월부터 6세 이전이다. 이 시기에는 뇌가 새로운 자극을 받아 학습하거나 기억할 때 세포들이 서로 연결돼 뇌의 신경 회로를 형성하는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이후로도 속도는 조금 더뎌지지만 초등학교 5~6학년인 만 12세까지는 뇌 신경 회로의 숫자가 늘어난다. 김은주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책을 읽고 행간의 의미까지 파악하는 고차원적 이해력, 사고력이 뛰어난 아이로 키우려면 적어도 만 12세 이전에 독서 습관을 길러 주는 것이 좋다"며 "이 시기에 받아들인 자극을 가지고 평생 사용할 뇌 신경망을 형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유아 시절 알게 된 개념, 언어, 감각 등 모든 종류의 원재료를 동원해 말 그대로 '딥 러닝' 할 수 있는 뇌의 구조를 만들어 간다. 뇌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일찍부터 책 읽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