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미영·디자인회사 D3 대표

10여년간 해외 생활을 청산하고 2년 전 귀국해서 먼저 한 일이 신문 구독이었다. 주위 반응이 흥미로웠다. 대부분 지인은 "인터넷에 무료 기사가 넘쳐나고 보고 싶은 기사가 있으면 인터넷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굳이 돈을 내고 종이 신문을 받느냐"고 했다. 시대에 역행한다며 '꼰대 같다'는 친구도 있었다.

최신 트렌드와 기술을 주로 다루는 '디자이너'라는 내 직업과 '신문'을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조합으로 보는 이도 많았다. 심지어 "무료 매체가 늘어나 신문 보는 사람이 너무 없어 걱정"이라던 신문기자 친구까지 반가워하면서도 궁금해했다. "근데 왜 신문을 받아 보는 거야?"

종이 신문 구독자를 대상으로 신문의 장점을 묻는 설문을 본 적이 있다. 대체로 활자의 힘, 가독성, 신뢰성, 양질의 콘텐츠, 종합적인 교양 같은 답이 나왔다. 여기에 디자이너의 시각에서 한 가지 덧붙이고픈 신문의 장점이 있다. 내게 종이 신문은 '하루의 지도'다. 지난밤까지 하루 동안 벌어진 일들이 한 부의 신문으로 압축된다. 종이 신문은 한정된 페이지 안에 그날 일어난 수많은 이슈가 중요도에 따라 치열하게 배치된 결과물이다. 제한된 면적을 가장 효율적으로 나누는 게 매일 관건이다. 따라서 신문지를 넘기며 전체적인 헤드라인과 면적만 보아도 그날의 주요 이슈와 사회 흐름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면 인터넷 기사들은 손쉽게 검색 가능하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 내용이 방대하게 올라오지만 때로 그게 덫이 된다. 정보의 망망대해에 빠져 소위 '인기 기사' 추천 리스트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정작 주요 뉴스는 놓치기 십상이다. 뉴스의 중요도를 체감하는 것도 쉽지 않다. 물리적으로 신속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우리 사회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더 느린 셈이다. 최신 기술이 항상 모두에게 정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것이 때로는 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