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달리면 머리 쪽에 쏠린 열이 몸 아래로 쑥 내려가요. 머리도 맑아지고 차분해집니다. 우리 아이들 공부 열심히 하라고 가족이 함께 마라톤에 나가요."
한의사 구재돈(40·서울 서초구)씨는 다음 달 24일 아내와 중학생 딸(13), 초등학생 아들(10)과 함께 '통일과 나눔 서울하프마라톤' 10㎞ 부문에 참가한다. 구씨 가족의 마라톤 대회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씨는 "굳이 한의학 얘기, 공부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달리기는 기초 체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며 "미국이나 유럽에선 어릴 때부터 운동을 많이 시키는데, 우리나라 아이들은 너무 몸을 움직일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구씨 가족은 요즘 저녁에 1시간 정도 한강을 따라 달린다. 평소 두 달에 한 번 정도 등산하는 것 외엔 규칙적으로 운동을 못 했기 때문이다. 구씨 가족은 꾸준히 달리기 위해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려 놓고 시작했다. 일주일에 두세 번꼴이다. 구씨는 "아이들에게 '오늘은 성수대교까지 갔다 오자'는 식으로 제안한다"며 "눈앞에 다리가 보이면 달리는 게 훨씬 덜 힘들다"고 했다. 최종 목표는 영동대교다. 구씨 가족이 사는 잠원동에서 영동대교를 찍고 오면 대략 10㎞가 된다. 달리기가 끝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갈비나 치킨으로 영양 보충을 한다. 그는 "사춘기 딸과 대화할 기회가 적었는데 이렇게 함께 달리고 식사하면서 훨씬 더 가까워졌다"고 했다.
'통일과 나눔 서울하프마라톤'엔 구씨 가족처럼 저마다 사연을 가진 가족 신청자가 많다. 정효식(62·경기 군포)·변용희(58)씨 부부는 2008년부터 매달 한두 번 전국의 마라톤 대회를 여행 삼아 찾아다닌다. 중국 베이징 대회도 다녀왔다. 정씨는 주로 풀코스, 변씨는 10㎞를 뛴다. 정씨는 "마라톤을 시작하기 전엔 다투기도 했는데, 요즘엔 아내가 '고생했다'고 응원도 해주고 날 든든하게 생각한다"며 "부부가 같이 마라톤을 하면 정도 깊어진다"고 했다. 대기업에 다니던 정씨는 2006년 퇴직해 협력업체에 다니고 있다. 그는 "당시 정신적 충격이 컸지만 마라톤으로 이겨냈다"고 했다. 정씨는 "달릴 땐 여러 가지 고민에 대한 해답이 떠오르고, 완주하고 나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 낼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긴다"며 "힘닿는 데까지 달릴 것"이라고 했다. 정씨는 이번 마라톤의 통일과 나눔 취지가 특히 좋았다고 한다. 현장에서 통일나눔펀드도 가입할 생각이다.
의류 디자이너인 누나 강혜영(39·경기 고양)씨와 신발 디자이너인 남동생 강상진(33)씨는 3월 어머니 생일 이벤트로 가족여행을 가는 대신 마라톤을 택했다. 어머니 이귀남(62)씨와 10㎞를 처음 함께 달린다. 강혜영씨는 "온 가족 건강을 위해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려고 한다"고 했다. 세 사람은 저녁에 집 근처 공원을 뛰거나 걸으면서 맹연습 중이다.
김경태(38·경기 남양주)씨는 이번 마라톤 코스를 보고 예전에 아내와 연애할 때 생각이 났다고 했다. 서울 시내 한 대기업에 다니던 김씨는 직장에서 아내를 만나 1년 연애 끝에 2003년 결혼했다. 당시 매일 아내 김현옥(36)씨를 마포 집에 바래다준 뒤 막차를 타고 청량리 집에 돌아왔다고 한다. 그는 "다음 달 27일인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손잡고 버스 타고 다니던 그 길을 아내와 함께 뛴다고 생각하니 오랜만에 설렌다"고 했다. 이번엔 아들 수한(13)군까지 세 가족이 함께 10㎞에 도전한다.
다음 달 24일 열리는 '통일과 나눔 서울하프마라톤'은 서울 시내 한복판을 달리는 보기 드문 마라톤 축제다.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서울시청, 마포대로, 마포대교, 여의도공원, 양화대교를 지난다. 골인 장소는 상암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이다. 여의도공원까지 달리는 10㎞ 코스도 있다. 참가 수익금 일부는 '통일과 나눔 재단'에 통일 기금으로 조성된다. 참가비 4만원. 참가 신청은 marathon.chosun.com, 문의 (02)338-1038(마라톤사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