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이번 총선은 경제선거, 정부 경제 실패 심판해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23일 "더민주가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도 "이 당에 남아서 당의 기본적 방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비례대표 공천안이 비상대책위와 중앙위원회에서 뒤집히자 대표직 사퇴까지 불사할 듯했지만, 결국 하루 만에 친노 주류의 공천안을 수용하고 주저앉은 것이다. "제대로 못 하면 언제든 버리고 떠나겠다"고 했던 애초의 결기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비례대표(2번) 자리를 보장받는 대신 친노와 타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 대표가 지난 1월 더민주의 비상대책위 대표로 올 때 내세운 명분은 '친노 패권주의를 청산하고 운동권당(黨)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실제 그는 일부 친노·운동권 의원을 쳐냈고, 햇볕정책 수정론과 노조 개혁론을 제기하며 더민주당이 달라질 듯한 발언을 했다. 야당이 바뀌기를 기대했던 국민은 김 대표를 주목했고 당 지지율도 올랐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비례대표 공천에서 김 대표는 친노·운동권의 벽 앞에서 물러서고 말았다. 일부 친노 중진과 막말·갑질·강경파 몇 명을 정리했을 뿐 특정 정파의 패권주의는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스스로 '바지사장'이라는 것을 인정한 꼴이고, 이 당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도 명확하게 각인해 줬다. 문재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주류의 당 장악력은 오히려 더 커지는 상황을 맞았다. 문 전 대표와 밀약하에 총선용 물갈이 쇼를 벌인 것 아니냐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구습을 고쳐나가겠다고 했지만, 그럴 힘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김 대표의 세력이라곤 자신에게 주어진 비례대표 4석뿐인데 어떻게 당을 바꾸겠다는 것인가. 그가 매번 써왔던 '관두겠다'는 협박도 이젠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총선이 끝나면 친노·운동권이 그의 말을 고분고분 들을 리가 없다. 문 전 대표의 얼굴마담이나 조력자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 대표가 거듭 "나는 욕심이 없다"고 말하는 것도 이제 공감하기가 어렵다. 그가 이번에 가장 화를 낸 대목은 자신의 비례 순번이 2번에서 14번으로 밀린 것이었다. 그러다 친노 주류가 '2번 자격'을 인정하자 바로 수그러들었다.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까지 "김 대표의 당 잔류를 이해할 수 없다. 공천안은 수정하지 못한 채 비례 2번만 지킨 꼴"이라고 비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헌정 사상 전무후무할 '비례 5선' 배지를 달려는 노욕(老慾) 때문에 두 달간 운동권당을 분칠해 주는 대국민 가면극(假面劇)을 벌였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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