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지역구에 이재만 공천]

유승민 의원이 20대 총선 후보 등록(24~25일) 전날인 23일 심야 결국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고 정의도 아니다"라며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 보복"이라고 했다. 유 의원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공천에서 배제된 다른 현역 의원들과 친이(親李)계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도 탈당했다.

앞서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유 의원 탈당 직전 유 의원 지역구에 대한 공천 여부를 논의했으나 또다시 보류했다. 24일부터는 탈당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유 의원을 쫓아내기 위한 결정이나 다름없었다. 김무성 대표는 이 지역에 대한 불(不)공천을 요청했으나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즉각 거부했다. 24일이나 25일쯤 친박(親朴) 후보를 공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법원이 공천에서 탈락한 주호영 의원이 제기한 공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는 일까지 일어났다. 주 의원을 배제하는 절차가 합법적이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한마디로 공당(公黨)의 공천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14일 유 의원 그룹을 집단적으로 탈락시킨 뒤 열흘 동안 이 당이 어떻게 '친박 패권주의'로 빠져들어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친박들이 매일 번갈아 나서서 스스로 나가라고 압박하는 일까지 서슴없이 했다. 수법이 잔인하고 비겁하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대통령 눈 밖에 난 한 사람을 제거하려다 당 전체가 만신창이가 됐다. '희대의 막장극'이라는 말도 전혀 과하지 않다.

친박들이 유 의원을 내보내기 위해 내세운 이유는 '정체성'이었다. 유 의원은 작년 국회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대통령 정책을 비판했다. 원내대표에서 물러나면서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문을 인용해 박 대통령이 마치 독재자라는 인상까지 줬다. 유 의원은 이날 탈당 회견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이런 것들이 과연 여당 원내대표로서 적합한 언동이었는지는 유 의원 스스로도 돌아봐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지독하게 정치 보복을 할 사유가 될 수는 없다. 새누리당은 편향된 이념에 갇힌 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당이다. 친박들은 이번에 그 재산을 다 까먹었다. 통합과 포용이 아니라 분열과 배제의 길로 갔다. 심지어 '친박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몇 석 잃어도 좋다는 취지의 말까지 했다.

이제 유 의원의 당선 여부가 20대 총선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하고도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이길 수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벌어진 일은 새누리당 내부에 두고두고 후유증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특정인에 대해 이렇게 집요하게 보복한 것은 한국 정치 전체에도 극히 좋지 않은 선례(先例)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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