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 테러에도 미-쿠바 친선 야구 관람 강행

"냉전 시대의 잔재를 파묻기 위해 쿠바를 방문했다."

쿠바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오전 알리시아 알론소 국립극장에서 한 연설에서 이 같이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 대통령이 시민권과 자유선거와 같은 민감한 문제로 직접 뛰어들며 역사적 방문을 마무리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대통령

순방 사흘째인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나는 미국과 쿠바가 분리되고 수십 년 동안 끊임없이 대립하는 시대를 살았다"며 “이제는 우리가 함께 미래를 바라볼 때”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쿠바 국민, 특히 젊은 층을 대상으로 했다. 그는 “희망을 품고 미래를 바라보면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위해 노력해 달라”며 “쿠바가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호소했다.

그는 "쿠바 국민은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말해야 하며 민주주의를 포용해야 한다"며 “이 같은 인권은 전 세계적인 것이며, (쿠바 정부는) 표현의 자유 권리를 행사하려는 사람들을 임의로 구금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청중으로 자리한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바라보며 “쿠바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며 인권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날 연설은 라울 의장과 미구엘 디아스 카넬 수석 부의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으며, 미국은 물론 쿠바 전역에 생중계됐다.

외신들은 이날 연설은 라울 의장을 곁에 둔 채 쿠바 국민에게 주장을 직접 전달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쿠바인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지도자로 선출하는 것을 겁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쿠바의 관계를 '같은 피를 나눈 형제'로 비유하며 “수십 년간의 적대 관계가 (앞으로) 가족과 우정에 관한 긴 소설의 한 장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고 유대감을 드려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미국 의회에 금수조치 해제를 촉구했다. 라울 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금수 조치에 대해 "쿠바 경제 성장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대중 연설 이후 쿠바 정부의 반대에도, 아바나의 미 대사관에서 13명의 쿠바 반 체제 인사들을 2시간 가량 만났다. WSJ은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한 행동주의자를 인용, “오바마 대통령은 변화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하지만 그 변화는 쿠바인의 손에 달렸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들을 “이례적인 용기를 보여준 데 감사하다”고 격려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수잔 라이스 안보수석이 브뤼셀 테러를 보고 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미국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쿠바 국가대표팀의 친선 경기가 열린 아바나 라티노 아메리카노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경기를 생중계한 ESPN과 인터뷰에서 "(양국 관계 정상화는) 쿠바로 여행을 간 미국인들이 쿠바인들과 생각과 문화를 공유, 변화를 이끌어 내리라는 신념에서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후 경기장을 향하는 동안 브뤼셀 테러로 30여명이 사망한 사고 소식이 알려졌다. 일각에선 테러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야구장 일정을 강행한 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테러) 위협에도 일상 생활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테러리스트들이 원하는 것은 미국민의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4회초까지 경기를 관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