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중앙위는 22일 김종인 대표가 만든 전문가 중심 비례대표 명단을 폐기 처분하고 투표로 비례대표 순위를 정했다. 중앙위 투표 결과 운동권 출신 및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당선권에 안착했고, 김 대표가 당선권에 배치한 비례대표 후보들은 후순위로 밀려 사실상 탈락했다.

중앙위원 투표에서 1위는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전 대표를 도왔던 김현권 더민주 농어민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 했다. 서울대 운동권 출신인 김 부위원장은 애초 김 대표 명단에서 당선 가능성이 낮은 C그룹(21~43번)에 포함돼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들이 22일 새벽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 도중 비례대표 순위 선정과 관련한 토의를 마친 뒤 투표를 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사퇴 전 영입한 이철희 더민주 전략홍보본부장과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도 무난히 2, 3위에 올랐다. 이 본부장은 과거 김한길 의원 보좌관을 지냈다가 정치 평론가로 이름을 알린 뒤 문 전 대표가 만든 뉴파티위원회 위원장으로 당에 복귀했다. 이 전 대표는 노무현 정부에서 독일 대사, 국정원 차장 등을 지냈다. 두 사람은 김 대표 명단에서 11~20번인 B그룹에 있었다. 더민주는 15번까지를 당선 안정권으로 보고 있다.

4, 5, 6, 7위는 모두 여성이었다. 4위인 이재정 민변 사무차장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해왔고 '나꼼수' 선거법 위반 사건 등을 변호했다. 문미옥 전 과학기술인협동조합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도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여성 과학자로 5위에 올랐다. 6위의 제윤경 주빌리은행 대표는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 선대위에서 활동했다. '박원순 사람'이라는 권미혁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를 요구한 원탁회의 소속이었다. 이 중 김종인 대표가 당선이 확실한 A그룹(1~10번)에 넣은 사람은 문미옥 전 실장뿐이었다. 제 대표와 권 전 대표는 모두 당선권이 아닌 C그룹에 속해 있었다.

8, 9위에는 이태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과 유영진 대한약사회 부회장이 올랐다. 이 위원장은 김용익 의원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문 그룹으로 활동했고,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일했다. 약사인 유 부회장도 부산에서 활동하면서 문 전 대표를 도운 인사다. 두 사람은 43명으로 추렸던 김종인 대표의 명단에는 아예 이름이 없었다. 당 관계자는 "A, B, C그룹을 없애는 작업을 하면서 비대위가 새롭게 올린 후보들"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홍창선 공천위원장은 "공천위에서 넣지 않은 사람들이 들어갔다"며 "김 대표가 허락하지 않은 명단을 놓고 중앙위가 투표한 것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 적법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키워드 정보] 비례대표제란 무엇인가?]

10위는 문 전 대표 시절 '현역 의원 물갈이 20%'안(案)을 만든 혁신위 위원인 정춘숙 한국여성의전화 이사였다. 1~10위에 호남 출신은 이수혁 전 대표가 유일했다.

이 밖에 더민주 비례대표 당선권에는 투표를 거치지 않은 8명이 포함된다. 김종인 대표 몫으로 4명(본인,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김성수 대변인)과 노동계(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 이수진 전국의료노조연맹 위원장), 청년(장경태·정은혜씨), 당직자(송옥주 홍보국장), 취약 지역(심기준 더민주 강원도당위원장) 몫으로 1명씩이 당선권에 배치될 예정이다. 비례대표 순번은 홀수에 여성, 짝수에 남성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비대위에서 중앙위 투표 결과 등을 놓고 최종 명단을 만들어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