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8일 현재 지역구 253곳 중 225곳(89%)에 대한 공천을 마쳤다. 친노(親盧) 좌장인 이해찬 의원 등 논란의 인물을 낙천해 일부 지지층의 반발을 샀지만, 공천 내전으로 당 기능이 마비된 새누리당과 비교하면 순항하고 있다. 전열을 정비한 더민주는 '경제 민주화'라는 자신들의 무기로 대여(對與) 포문을 열었다. 김종인 대표는 이날 '재벌을 위한 정부'를 언급하며 이번 총선에서의 여권(與圈) 공격 어젠다도 제시했다.
◇반격 기반 다지기 완료
더민주는 국민의당 창당으로 인한 야권 분열, 문재인 전 대표의 사퇴 등 최악의 상황에서 총선 초반전을 시작했다. 김종인 대표는 '독선'이라는 비난 속에 이해찬·이미경·전병헌·강기정·정청래 의원 등 지난 10년 동안 야당의 주류를 형성했던 의원들을 컷오프시켰다. 지난달 24일 기준 재적 의원 108명 중 34명이 공천 배제나 경선 패배 등으로 공천에서 탈락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탈당 이전까지 포함하면 127명 의원 중 54명이 탈당하거나 공천에서 배제되는 몸살을 앓았다.
앞서 호남 및 동교동계가 대거 탈당했고, 이번에 이해찬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김대중·노무현 세력의 동반 이탈 위험까지 있었다. 그러나 정청래 의원이 백의종군을 선언한 데 이어 공천 배제된 이미경 의원도 이날 자신의 재심 신청이 기각되자 "정권 재창출의 길로 백의종군하겠다"며 결과에 승복했다. 그리고 당내는 거의 안정화(安定化) 상태로 접어들었다. 앞서 유인태 의원을 포함해 야당 중진들이 공천 결과에 승복하는 분위기를 주도했고, 김종인 대표가 낙천자들을 달랜 것도 이런 분위기에 기여했다. 서강대 이현우 교수는 "같은 물갈이라고 해도 여당은 '진박(眞朴)'을 위한 물갈이를 했고, 야당은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한 물갈이를 했다"며 "더 이상 엉망일 수 없는 여당과 비교하면 야당은 영리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與 공격 자제하고 '경제'로 집중
더민주는 새누리당의 공천 내분이 총선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여당은 이제 친박당이다. 대통령은 새누리당 공천위원장 겸 선대위원장"이라며 연일 강도 높게 비판하는 것과도 다르다. 대신 더민주 지도부는 이날 회의에서 발언한 김 대표 등 4명이 모두 경제와 관련된 이야기만 했다. 여당 공천 사태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김종인 대표는 하루 종일 경제 이야기만 했다. 지도부 회의에서는 "실업률은 2010년 이래 최고치이고 청년 실업률도 12.5%로 높은 수준"이라며 "국민은 이번 총선을 통해 이런 상태로 계속 갈 것인지, 새로운 경제의 틀을 만들 것인지 판단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인천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경제 할배 생생 특강'을 했고, 오후에는 중소기업 경영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김 대표는 인천대 강연에서 "양극화 문제에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몇몇 커다란 경제 세력들이 적극적으로 로비를 했기 때문"이라며 양극화의 원인으로 재벌과 정부를 지목했다. 단국대 가상준 교수는 "경제 심판론을 내세운 야당의 총선 기조는 뚜렷하게 보이는데, 새누리당은 대체 총선 때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야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의 총선 주제인 경제에 집중하겠다는 것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했다. 야당의 집중 공격으로 인한 여당 지지층 결집이라는 부작용을 막겠다는 계산도 있다. 더민주는 여당 내분이 이어지고 있지만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 여전히 총선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한 비대위원은 "겨우 반격의 기반을 다졌을 뿐"이라며 "마지막까지 열심히 추격은 하겠지만 판세를 뒤집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