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고별 방송을 한 장성민 앵커는 “현실 정치에 답답해하는 국민들에게 속풀이하고 함께 통곡할 수 있는 방송을 하려고 노력해왔다”며 활짝 웃었다.

"나는 보수도 진보도 아닙니다. 오로지 국민 편에서 방송했다고 자부합니다. 제 가슴에 달린 태극기 배지 보이시죠? 무능한 야당, 오만한 여당, 수준 이하 국회의원들이 난장판을 치는 국회와 불통의 청와대까지 대한민국 발전을 가로막는 일이라면 거침없이 비판했고, 그래서 욕을 먹었죠. 원 없이 열정을 쏟아부어 후회는 없습니다."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를 이끌어온 장성민(53) 앵커가 18일 고별 방송을 했다. 2012년 6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4년 만이다. '장성민의 시사탱크'는 정치 성역을 가리지 않은 독설과 이슈에 관한 명쾌한 해설로 최고 시청률 5%까지 치솟으며 한국 방송 시사토크의 패러다임을 바꿔왔다. 방송 전엔 입에 술 한잔 대지 않던 장 앵커는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점심식사에 와인을 곁들였다.

"'국회, 청와대, 검찰 다 필요 없어. 시사탱크만 있으면 돼!' 하며 뜨겁게 응원해주신 시청자들께 가장 죄송하지요."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듯한 그의 눈가에 물기가 어렸다. "4년간 달려오며 많이 지쳤어요. 실은 작년 6월부터 TV조선 측에 두 달만 휴가를 달라 부탁했는데, 어영부영 됐지요. 이번에 못 쉬면 번아웃 될 것 같아 결단을 내렸습니다. 방송 때문에 중단했던 책 집필부터 할 겁니다. '미·중 시대의 한반도'가 주제입니다."

스물한 살 정치에 입문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그림자 두뇌'로 불리며 정권 교체까지 기여한 장성민 앵커는 "방송가의 정권 교체"를 부르짖으며 '시사탱크'를 시작했다.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이슈의 핵심을 짚어내고 문제가 보이면 드릴처럼, 탱크처럼 뚫고 들어갔죠. 마네킹 같은 진행은 싫었어요. 적당히 질문한다는 건 있을 수 없어요. 라이브 공연하는 록밴드처럼 날 것 그대로의 진실과 감동을 주는 방송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정가에 뜨거운 논란도 불러일으켰지만 시청자들에겐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마포 사무실 근처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나오는데 저를 발견한 남자분이 벌거벗은 채 탕에서 뛰쳐나오더니 스마트폰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겁니다(웃음). 시사탱크 없이 하루도 못 산다면서. 어느 여자분은 노량진에서 직접 회를 떠 회덮밥을 만들어 들고 오셨지요. 죽기 전 장성민과 사진 한 번 찍는 게 소원이라며 부산서 KTX를 타고 올라오신 70대 할머니도 계셨어요."

택시기사들 사이엔 "정치판 싹 쓸어버려!"가 유행한 적 있다. 방송 중 장성민 앵커가 19대 국회를 비판하다 커다란 팔 제스처까지 해보이며 분노했던 대목이다. "주부들도 막장 드라마 안 보고 시사 문제에 관심 갖게 되었다니 보람이 크지요."

그는 완벽주의자로도 소문났다. 새벽 4시에 일어나 11개 국내 신문과 BBC, CNN, ABC 방송을 섭렵한 뒤 마포 사무실로 출근한다. 아무리 가까운 지인이라도 방송 게스트나 패널이 되면 차 한잔도 마시지 않는다. 방송의 객관성을 위해서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야당에 대한 비판이 지나치다는 지적엔 할 말이 많다.

"장담컨대 저는 비판만 하지 않았어요. 여당에든 야당에든 반드시 대안과 비전을 제시했죠. 그런데 야당은 그걸 비난으로만 받아들이고 욕을 하대요. 귀 기울이지 않고 변화하려 들지 않는 것. 무능의 원인이 바로 거기 있습니다."

총선을 앞둔 묘한 시점에 방송을 그만두는 것에 대해 장 앵커는 빙그레 웃었다. "정말 쉬고 싶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