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탄 뒤로 해마다 이맘때면 한강 나가기가 조마조마하다. 이제 곧 완연한 봄이 되면 한강에 자전거가 붐빌 것이고, 그만큼 사고도 많이 일어날 것이다. 자전거 인구가 급속히 늘면서 한강 자전거도로의 질서가 말 그대로 엉망이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불안한 것은 역시 과속 자전거다. 로드바이크라고 부르는 자전거는 잘 타는 사람의 경우 평지에서 시속 40㎞ 이상으로 달릴 수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시속 60㎞까지 낼 수 있는 것이 이 자전거다. 일부 동호인은 상춘객들이 몰려나온 한강시민공원 구간에서도 시속 35~40㎞로 달린다. 노인과 어린이, 강아지가 함께 북적이는 구간을 쏜살같이 빠져나가는 자전거들을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혈기왕성한 청소년들 역시 무섭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중 일부는 자전거 타면서 먼 산 쳐다보기, 이어폰으로 음악 듣기, 지그재그로 몰기, 갑자기 서거나 유턴하기 같은 온갖 위험한 행동을 한다. 무리하게 중앙선을 넘어 추월하거나 2~3명이 나란히 도로를 점령하고 타는 경우도 많다.
전국 자전거도로 중 76%는 자전거와 보행자 겸용 도로다. 이런 곳에서는 자전거가 보행자를 더욱 배려하고 조심해야 한다. 자전거 전용도로와 산책로가 따로 있는 구간에서 자전거도로로 산책하거나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밖에도 수많은 초보운전 케이스가 있으나 무엇보다 해마다 늘어나는 자전거 숫자 그 자체가 가장 위험한 요소다. 주말 낮 한강 잠수교 횡단보도나 남한강 자전거 길 초입 횡단보도에 가면 광화문 네거리만큼이나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끌고 신호를 기다린다. 자전거 인구 1200만명이라는 숫자가 실감나는 풍경이다.
한강 자전거도로를 수백 번 다니며 사고가 나서 구급차가 출동한 것은 여러 번 봤으나 경찰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한 해 1만7000건의 자전거 사고가 나서 280여명이 숨지는데 자전거도로에 경찰이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미국 뉴욕은 2013년 서울의 '따릉이'와 비슷한 '시티 바이크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자전거 법을 강력히 적용해 자전거 운전자에게 교통 딱지를 끊기 시작했다. 뉴욕 경찰국에 따르면 교통신호 위반, 역주행, 인도 주행, 전조등과 후미등 없이 타는 것, 핸들에서 두 손 다 놓는 행위 등은 모두 단속 대상이다. 이런 단속법을 만약 올 4월부터 한강을 비롯한 서울시내 전역에 적용하면 하루 적어도 1000명 이상이 스티커를 발부받을 것이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서울 경찰이 보유한 자전거는 모두 204대다. 서울 시내 지구대와 파출소 수(238곳)보다도 적다. 그마저도 경찰용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 기증받은 일반 자전거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올림픽공원이 있는 송파경찰서와 여의도공원이 있는 영등포경찰서가 상대적으로 자전거를 많이 활용하지만 그 외 경찰서들은 자전거 활용도가 낮다"며 "한강 자전거도로도 따로 순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로교통법 1장 2조 17항은 자전거를 엄연히 차(車)로 분류하고 있다. 어떤 도로 구간에 교통량이 늘어나고 교통사고가 급증하면 당연히 교통경찰을 더 투입해야 한다. 경찰은 왜 한강만 외면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