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이 말을 해야겠다. 우리 인간들에게는 아직 여지가 있다고. 다름 아닌 바둑 이야기다.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이세돌 국수와 인공지능의 대결은 승패 그 이상의 의미였다. 바둑은 인간의 고등한 놀이 문화다.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은 바둑이 창조적 사유라는 인간 정신의 무한한 탐색과 추론, 직관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작정 낙관만 할 일은 아닌 듯하다.
오늘날 과학기술은 염기서열까지도 인위적으로 조작해 생명연장이나 고질적 병원(病原)을 제거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과학자들의 요구에 충족하는 인공지능 또한 시간문제다. 정작 문제는 우리 인간이다. '인간의 적은 인간'이라는 말처럼 인간의 가치가 점점 훼손되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 한편으로는 우리 스스로가 그 결과를 선택했다는 자괴감 또한 지울 수 없다. 지금처럼 인간이 스스로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에 자발적이라면, AI에 의한 인류의 재편도 공상과학 소설 속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성급한 표현이 되겠지만 인공지능의 '역선택'이라 할 수 있는 '기계의 세계' 말이다.
그것은 마땅히 지켜야 할 윤리나 규범의 영역까지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있는 기계로서는 인간의 이상 행동을 엄중한 위험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는 그간의 데이터를 근거로 인간을 통제하려는 '선택적' 프로그램이 작동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섬뜩한 두려움을 우리는 이번 대국을 통해서 확인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접하게 되는 반인륜적 범죄를 보면 인간의 존엄성은 고사하고 인간 가치에 대한 회의마저 들게 한다. 게다가 천륜지정의 윤리적 보루마저 맥없이 무너져버린 아동폭력 범죄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대개의 폭력적 행위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벌어지는 하향적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폭력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사회만큼 부조리한 세상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날이 진화해 가는 인공지능의 출현 앞에 두려워하기보다 '인간의 심장'으로 복원해야 할 필요가 절실해진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