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세종시) 의원은 15일 더불어민주당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김종인 물갈이'로 공천 배제된 친노(親盧) 좌장이 탈당으로 저항의 깃발을 든 것이다. 하지만 생존한 다수 친노는 '반(反)김종인 대오'를 형성하는 데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총선과 무관한 일부 친노가 김종인 대표 사퇴를 요구하거나 "공천 쿠데타"라며 단발적 저항을 하고 있을 뿐이다.
◇친노(親盧)판 '진실한 사람들'
이 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저에 대한 공천 배제는 합당한 명분과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는 정무적 판단이라고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며 "저는 부당한 것에 굴복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해찬은 불의에 타협하는 인생을 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 자신의 지역구인 세종시의 관계를 언급하며 친노 감성을 자극하려 했다. 이 의원은 "세종시 6700명의 당원은 모두 진실한 사람이다. 세종시와 노무현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며 "세종시는 노무현 대통령과 우리 당이 만든 국가 전략의 상징"이라고 밝혔다.
더민주의 친노 의원들은 속으로 분노를 삭일 뿐 대부분 이를 밖으로 표출하지는 않았다. 김종인 지도부와 친노의 내전(內戰) 가능성도 높지 않다. 이 의원과 가까운 관계자는 "두 번의 '민주 정부' 출범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했던 분을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보내드릴 수는 없다"며 "총선이 끝나면 이 과정에 대해 반드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당이 비상 상황이라서 참고 있지만 민주화 진영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용익 비례대표 의원 정도가 트위터에 김 대표 사퇴를 요구했을 뿐이다.
공천 탈락한 정청래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어머니, 저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글과 함께 눈물 고인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일부에서는 이 의원의 무소속 출마를 계기로 정청래 의원 등이 과거 '친박연대'처럼 무소속 '친노연대'를 결성하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도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이틀째 침묵을 이어갔다. 문 전 대표 측은 "침묵 자체가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종인 대표와 문 전 대표 사이에 신뢰는 여전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친노 진영의 분노는 임계점에 달한 상황이다. 친노 관계자는 "김 대표가 자신을 비례대표 당선권에 배치하는 등 사욕(私慾)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폭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우 문성근씨는 김 대표의 비례대표 불출마와 이종걸 원내대표 등 비대위원들의 경선 실시를 요구했다.
◇김종인 "탈당은 자유"
김종인 대표는 이해찬 의원의 무소속 출마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김 대표는 이 의원 탈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게 뭐 있나. 탈당해 출마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 아니냐"고 말했다. 이 의원 문제로 문 전 대표와 상의했다는 보도와 관련, 김 대표는 "얘기하는 사람들이 괜히 헛소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홍창선 공천위원장도 이 의원 공천 탈락과 관련해 라디오 인터뷰에서 "고인 물이 10년 전과 똑같이 있으면 안 된다.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더민주는 세종시에 후보를 공천해 정면 대응할 방침이다. 김성수 대변인은 "당의 기본 입장은 세종시에 후보를 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체 인물 물색에 애를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