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간 연대는 못 막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3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선에서 야권 연대는 없다면서도 "지역 후보들끼리 이기기 위한 협상은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원칙적인 언급이고 지금 그런 얘기를 할 때는 아니다"고는 했지만 당 차원에서 야권 연대에 나서진 않더라도 각 지역 후보들 간의 단일화는 막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당 차원 연대나 후보 간 연대나 결과는 사실상 같은 것이다. 말장난이나 다름없다.

과거 사례에 비춰 보면 총선에서 저마다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조건 없이 단일화 합의를 이루는 것은 드물었다. 상당수 뒷거래가 있었다. 이번에도 야권 후보 간 연대가 정말 당 차원 조정 없이 이뤄진다면 금품이나 자리 약속과 같은 거래가 벌어질 개연성이 있다. 한때 새 정치를 내세웠던 사람들이 갈 길이 아니다.

두 정당이 당 차원에서 또는 특정 지역의 후보들끼리 정책 연대를 통한 선거 공조를 할 수는 있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경우엔 이 연대가 순전히 당선을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어서 선거 후엔 연대는커녕 원수처럼 싸우기 일쑤였다. 더 심각한 것은 이제 단일화를 선거 전술로 써먹는 세력들이 국민 앞에 대놓고 거짓말을 한다는 점이다.

안 대표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야권 통합과 수도권 야권 연대에 대해 "광야에서 죽겠다"는 말까지 써가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수도권 연대에 대해서는 "원칙 없이 뭉치기만 해선 더 많은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다가 이제는 '지역 후보들끼리 하는 것은 못 막는다'고 슬그머니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국민의당은 지금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안 대표 말이 바뀌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선 후보직 사퇴 등 그동안의 안 대표의 정치적 실패는 중요한 고비마다 지금처럼 상황에 따라 흔들리며 처음 세운 뜻을 바꿨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위기가 오자 결국 과거의 전철을 밟으려 한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당이 내세워 많은 유권자가 호응했던 '제3당의 가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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