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살고 있는 동포들 가운데 '조선적'(朝鮮籍·조선 국적)을 가진 사람들의 숫자가 작년 말 기준 3만3939명까지 떨어졌다고 일본 법무성이 11일 발표했다. 일본 법무성이 조선적 보유자 수를 정확하게 공개한 것은 1970년 이후 처음이다. 마지막으로 공개된 통계에서 조선적 보유자는 1970년 기준 29만명이었다.

'조선적'은 1945년 일본 패망 직후 아직 대한민국이 존재하지 않을 때 일본 정부가 한반도로 돌아가지 않고 일본에 남은 우리 동포 60만명에게 부여한 국적이다. 대한민국 건국 후에도 한국 국적을 취득하거나 일본에 귀화하지 않고 당시 국적을 그대로 갖고 버틴 사람들이 지금의 조선적 보유자들이다.

조선적 보유자 대다수는 조총련을 따르거나 가족이 북송선을 타고 북한에 들어간 경우다. 과거 한국 군부독재에 반대하느라 한국 국적을 따지 않은 사람도 일부 포함돼 있다. 일본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국교(國交)도 없기 때문에 조선적과 별도의 '북한 국적'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재일 동포는 일본에 귀화했거나, 한국 국적을 취득했거나, 조선적으로 남아 있거나 셋 중 하나다. 우리 눈으로 보면 다 동포지만, 일본 정부 입장에서 보면 일본에 귀화한 사람은 법적으로 '일본인'이고, 나머지 두 집단만 외국인이다.

일본은 그동안 외국인을 집계할 때 '한국 국적'과 '조선적'을 구분하지 않고 '한국·조선'으로 분류했다. 지난해 기준 조선적은 4만명도 안 되는 소수지만 한국 국적을 가진 동포는 46만명이다. 이 두 집단을 합쳐서 '한국·조선=50만명'이라고 발표하면, 자칫 북한을 추종하는 사람(조선적 보유자)이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과 엇비슷하게 많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核)실험을 계기로 일본 자민당 의원들이 "북한을 추종하는 사람은 소수가 된 지 오래인 만큼, 두 집단을 나눠서 발표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법무성이 이를 받아들여 올해부터 따로 발표하기 시작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법무성에 따르면, 조선적 보유자는 2012년 4만617명에서 2013년 3만8491명, 2014년 3만5753명으로 한 해 2000명 이상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가 추정한 조총련 숫자는 8만명인데, 조선적 보유자는 그 절반도 안 된다는 점 역시 주목된다. 조총련이 사실상 껍데기만 남아 있는 '와해 직전' 상태라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조총련 전문가 A씨는 "조선적 보유자들은 대부분 조총련 소속"이라며 "조총련이 막강하던 시절엔 조총련에 소속된 사람이 조선적을 버리는 경우를 상상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인 납치, 3대 세습, 핵개발 문제가 불거지면서 북한의 행동에 실망한 동포들이 조선적을 버리고 조총련에서도 이탈하기 시작했다. 민단 고위 관계자 B씨는 "조선적을 가진 사람은 해외여행 절차가 복잡하고 한국 방문도 자유롭지 않은데다 일본사회의 시선도 싸늘하기 짝이 없다"며 "동포사회에 '더 이상 북한에 동조하지도 않고 조총련에 참여하지도 않는데 굳이 조선적으로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일본에 귀화하거나, 잘 살고 자유로운 한국 국적을 따는게 현실적으로 이익' 이라고 판단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했다. 조총련 내부를 깊이 아는 복수의 재일동포 연구자들은 "조총련 간부 중에도 조직 몰래 한국 국적을 딴 사람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