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신간인 미국 웨슬리언대학 마이클 로스 총장의 '대학의 배신'(원제 Beyond the University·지식프레임 刊)을 읽다가 싱겁게 웃었습니다. 마지막에 포함된 해제(解題) 때문입니다. 취업사관학교가 되어버린 대학 현실을 고발한 '진격의 대학교'의 저자 오찬호 박사의 글이었는데, 엉뚱하게도 추천이라는 맡은 바 임무를 저버리고 이 책을 은근슬쩍 '비판'하고 있었으니까요.
"의미 있는 교양 강의가 설 토대 자체가 없는 한국 대학에서 어떤 교양 강의가 필요한지를 논하는 건 의미가 없다. 이 책의 저자가 베이징대학교 강연에서 교양 교육의 기조로 강조한 자유, 활력, 협력, 자극/혁신은 의심의 여지 없이 중요한 것이고, 그러니 '해야만 하는' 상식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대학에서 이 상식은 커다란 벽을 넘어가지 못한다. 벽부터 파괴해야 함이 마땅해 보인다."(236쪽)
과장 조금 보태면, '공자님 말씀'이라는 지적입니다. '대학의 배신'은 자극적 제목과 달리, 교육에 대한 미국 사상가들의 철학을 점잖게 전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토머스 제퍼슨, 랠프 월도 에머슨, 제인 애덤스, 존 듀이 등.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을 발견하고 그 일을 할 기회를 붙잡는 것이 행복의 비결"(존 듀이) 같은 충고 말이죠.
4달 전 Books에서 소개했던 파리드 자카리아의 '하버드 학생들은 더 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도 그렇지만, 대학의 인문학 붕괴와 교양 교육 복원에 관한 보고서가 국내외에서 폭주하고 있습니다. 오 박사는 요즘 대학생들의 필수품이라는 '취업 9종 세트'를 소개합니다. 학벌·학점·영어 점수·어학연수·공모전·자격증·봉사 활동·인턴, 그리고 마지막은 충격적이게도 성형수술. 믿어지시나요. 하지만 제 주변 대학생 후배들은 '현실'이라고 증언합니다. 최근 만난 선후배 인문대 교수들은 이제 인문학의 붕괴가 아니라 인문대학이라는 단과대학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탄식하더군요.
그러니 '공자님 말씀' 너머가 중요해집니다. 산소 부족을 경고하는 '잠수함 토끼'들의 비상경보와 생생한 비판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