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주 훌륭한 사진전에 초대받았다. 허브 리츠라는 패션 사진작가의 회고전이었다. 무려 100점이 넘는 오리지널 흑백 작품이 많은 감동을 주었다. 리츠는 흑백만 고집해온 천재적 사진가다. 엘레강스, 뷰티, 그리고 섹시―이 세 마디로 그의 작품을 표현할 수 있다.

허브 리츠가 찍은 톱 모델들의 누드 사진.

리츠는 1952년 유복한 유대인 가구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에는 방이 무려 27개나 있었다. 캘리포니아 본토박이로 뉴욕에서 경제학과 미술사를 전공했다. 사진은 그가 독학해서 1980년대에 최고의 패션 사진작가가 됐다. 보그, 바자, 엘르 같은 잡지 표지를 장식했을 뿐만 아니라, 아르마니, 캘빈 클라인, 지아니 베르사체 같은 디자이너들의 광고 사진을 도맡았다. 록스타 마돈나는 리츠를 너무 좋아해 자기 앨범 표지뿐 아니라 뮤직비디오까지 같이 작업했다.

리츠가 사진가가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친구인 리처드 기어와 자동차 여행을 하다가 사막에서 차가 고장 났다. 자동차 정비소에 차를 맡겼는데, 기어가 그 차 앞에서 포즈를 잡은 그 한 컷이 리츠를 수퍼스타의 길로 인도했다. 당시 기어는 스타덤에 오르기 직전이었다. 블루진에 탱크톱을 입은 29세 미남 배우는 금세 미국 여자들의 섹스 심벌이 됐다. 기어는 동성애자들에게도 최고 인기였다. 리츠 역시 게이였다.

할리우드의 부유한 환경에서 톱스타들과 교류하며 자랐기에 리츠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그는 어머니에게 자기가 게이라고 고백했다. 그의 어머니 셜리는 "그래? 알겠어. 아들아,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 너는 훌륭한 인격을 가진 남자야"라고 말했다. 감동이다. 유대인 어머니는 특히 아들과 관계가 밀접하다. 이런 관계에서 시작된 말이 '마마보이'이다.

나도 사진을 전공했기에 80~90년대 리츠가 패션계를 군림할 때 유심히 관찰했다. 리츠의 사진은 톤을 중요시한다. 찍을 때 빛과 그림자를 잘 배합하는 것은 물론, 암실 작업이 뛰어나다. 암실에서 사나흘씩 자기가 만족하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수작업을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그는 인간을 사랑한다. 여자의 눈빛에서부터 포동포동한 가슴, 언덕으로 내려가는 허리와 풍만한 엉덩이, 비단길로 내려가듯 부드러운 허벅지와 다리. 남자의 몸은 더욱 사랑한다. 탄탄한 근육, 넓은 어깨와 튀어나온 힘줄, 그리고 당신을 유혹하는 강렬한 눈빛. 완전히 예술이다. 실제로 이번 전시에는 처음으로 남자 성기가 드러난 작품이 전시됐다. 많은 여인이 유심히 감상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슬프게도 허브 리츠는 2002년 쉰 살 젊은 나이에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다. 위대한 동료 사진가 로버트 메이플소프도 43세에, 록스타 프레디 머큐리도 45세에 모두 에이즈 때문에 지구와 이별했다.

여러분, 억지로라도 시간 내서 리츠의 사진전을 보십시오. 5월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 위대한 아티스트의 흑백 톤에 당신의 고뇌를 녹이십시오. 고맙게도 요즘 우리 주위에서 훌륭한 전시회가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피카소와 프랜시스 베이컨, 반 고흐 전시회―큰 축복입니다. 우리가 언제 뉴욕이나 파리에 가서 이런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겠습니까. 예술을 한 시간 접하면 일상의 고통이 잠시라도 사라지고, 살아야겠다는 희망이 생길 겁니다. "나는 사람의 겉모습을 찍는 것이 아니고, 사람의 내면을 찍는다."―허브 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