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은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사람들의 가치관이 점차 다양화·고급화해 가는 시대다. 또한 너무나 빠르게 변해가는 디지털 시대이기도 하다. 이 속에서 옛것의 가치를 찾고 현대적인 트렌드로 재탄생 시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기업 전략으로 활용 되기도
빠르고 복잡한 시대적 흐름 속에 기업들은 상품과 서비스 개발 방법으로 신소재 개발이나 새로운 디자인으로 차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시대를 역행하여 오히려 옛것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이는 현대인들이 기계화된 물질 문명에서 벗어나 과거의 넉넉함과 향수를 찾고자 하는 것에서 착안한 콘셉트다.
회중시계
시계의 기본적 가치는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에 있기 때문에 그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편리성을 따진다면 시중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디지털 전자시계면 충분하다. 그러나 사람의 손을 타야 움직이는 기계식 시계인 회중시계는 아날로그적 감성, 명품스러운 희소성, 고급스러움 등 여러가지 요소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시계는 수백 년 전부터 상류층이나 부유층만 지닐 수 있는 고급품이었다. 광장이나 성당의 시계탑으로 시간을 알려주던 시대를 지나 몸에 지니고 착용할 수 있는 회중시계가 처음 등장한 17세기부터 전자시계가 발명되기 전인 1960년대까지도 시계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값싼 전자시계의 물량 공세로 인해 기계식 시계는 대중 시장에서 잠시 그 빛을 잃었다가 이제 다시 '소중한 물건'으로서 가치를 재평가 받고 있다.
이탈리아의 유명 경제사학자 카를로 M 치폴라는 중세 유럽의 기계식 시계 발전이 중국보다 뒤처졌던 유럽을 근대 강대국으로 만들어준 공신이라고 했다. 서양 기계 문명의 태동이 태엽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로 바뀌었지만 기계식 시계를 내놓는 시계 명가들은 태엽이 시계 동력장치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포마드 (Pomade)
포마드(Pomade)의 역사는 200년 전 아프리카 흑인들이 모발에 광택을 내기 위해 동물성 지방을 머리에 바르던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엘비스 프레슬리 그리고 제임스 딘이 리젠트 헤어스타일리스트로 포마드의 명맥을 이어왔다. 그런 포마드의 트렌드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포마드는 헤어 스타일을 가꾸는데 사용하는 기름지고 왁스같은 물질이다. 머리카락을 반들반들하고 깔끔하며, 빛이 나게 해주어 최근 남성의 헤어스타일 연출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꾸미는 남성들('그루밍족') 사이에서 포마드를 발라 넘기는 헤어스타일법이 소개될 정도로 유행하고 연예인들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만년필
컴퓨터, 스마트폰을 주로 사용하는 디지털 시대에 만년필 브랜드 업체들은 고급화 마케팅 전략을 활용해, 주로 선물용·소장용 등으로 그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스마트세대라 불릴만큼 스마트기기에 익숙한 젊은층 사이에서 '손글씨'가 유행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글씨를 쓰는 것을 넘어 만년필 등으로 예쁘게 글씨를 쓰고 꾸미기도 하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각종 SNS에 손글씨와 관련된 게시글을 올려 자랑하기도 하고, 직접 만든 손글씨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손글씨가 인기를 끌면서 필기구의 판매량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한 인터넷쇼핑몰 업체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전년대비 만년필 판매량은 약 5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관계자는 "구매자의 연령층이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20대가 가장 많다"면서 "최근 들어 만년필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LP레코드 (Long Playing record)
현재 국내에는 LP제작사가 한 곳 정도에 불과해 주로 일본에서 특별 주문제작하기에 레코드 한 장에 몇 십만 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다. 그럼에도 '브라운아이드소울'의 3집 LP 특별한정판은 12만원의 고가에도 불구하고 단 하루 만에 매진되었다. 또한 아이돌 그룹, 인디신의 인기 가수는 물론 시대를 아울러 사랑받는 가수들의 LP 발매가 이어지고 있다.
LP의 부활은 비단 국내에서만 빚어진 현상은 아니다. 미국 음반 판매 집계 회사인 닐슨사운드스캔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LP 판매량은 약 1200만장으로 전년 대비 30%나 증가했다. 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는 "디지털 시대의 아이러니다. 모바일로 음악을 듣는 시대가 오다 보니 소장가치가 큰 LP의 부흥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필름 카메라
디지털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옛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아날로그식 필름카메라를 통해 최신 제품에서 느낄 수 없는 정신적 위로를 느낀다. 그동안 필름카메라에 대한 향수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그 덕에 필름카메라의 기능을 접목한 디지털카메라들이 속속 출시되고, 필름카메라 느낌을 내는 자동 필터 기능을 탑재한 휴대폰 카메라 앱들도 넘쳐난다.
게다가 즉석에서 사진을 뽑아서 볼 수 있는 즉석카메라의 인기 역시 계속 되고 있다. 즉석카메라는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제품이다. 촬영 후 직접 사진을 뽑아 확인할 수 있으며, 디지털기기와 비교해 반응속도는 느리지만 기기를 조작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침체된 카메라 시장은 2016년 현재, 다시 복고풍 제품 출시에 힘을 주고 있다. 필름카메라만의 뷰파인더, 색감, 디자인 등 아날로그 정서를 그리워하는 소비자를 공략하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같은 경우엔 최근 카메라 업체의 타겟이 40대 이상일 정도로 아날로그 정서를 그리워하는 소비자를 공략하는 추세"라며 "카메라 시장이 스마트폰 카메라에 잠식 당한 상황에서 필름카메라 특징을 가진 디카가 오히려 차별성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라디오 카세트
70~80년대의 만만한 오락거리이자 팝송 및 대중가요를 수용하는 창구역할을 한 라디오. 라디오 청취와 함께 테이프·CD를 틀 수 있는 복합 기기로 발전해오던 라디오 카세트는 예전처럼 흔히 볼 수 있는 기기는 아니다. 요즘 라디오 좀 듣는 사람들은 거의 차 안에서, 아니면 스마트폰 라디오 앱을 통해 듣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현재, 아직도 라디오 기기를 애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디지털 기기의 조작에 부담을 느끼는 세대에서는 아직 라디오로 프로그램이나 음악을 듣고, 그 기기의 정감 때문에 라디오를 고집하는 이들도 있다.
복고풍 인테리어 소품들
셀프 인테리어가 트렌드로 자리잡은 요즘, 그 일부로 빈티지 스타일의 인테리어와 소품들도 인기다. 따뜻한 촉감이 전해지는 감성적 분위기의 소품들은 편안한 이미지를 심어준다. 빈티지 스타일에서 모던 스타일·에코 스타일 등 인테리어의 유행은 돌고 돌지만, 옛 감성을 실은 소품들을 활용해 공간을 꾸미는 스타일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최근 진화하는 인테리어 사업은 아날로그를 강조하는 방향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현대인들의 불안과 피로감이 높아짐에 따라 더욱 더 강조될 전망이다.
다양한 빈티지 소품들을 판매하는 업체도 늘어나, 소품을 골라서 취향따라 꾸밀 수 있는 시대다. 고풍스런 옛 가구들을 현대적 공간에 섞어 배치하기도 하고 복고풍의 식기들과 생활소품들을 활용해 옛스러운 공간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