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내적인 것이지요. 허세를 걷어내자, 거추장스러운 장식은 걷어내고 본질에 집중하자, 이것이 새 성당에 담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재불(在佛) 화가 김인중(76) 신부가 부드러우면서도 강단 있는 어조로 말했다. 김 신부는 천주교 도미니크회(會) 소속인 '화가 신부'다. 1966년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뒤 1975년부터 파리 도미니크 수도원에서 생활하면서 스테인드글라스, 회화, 도자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김 신부의 40여 년 작품 세계가 집약된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미는 성당이 고국에 들어선다. 2년 뒤 완공을 목표로 신축하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 신봉동 성당이다. 설계는 신학자이자 종교 건축 전문가인 프랑스 건축가 베르나르 게일러(66)씨가 맡았다. 두 사람이 최근 구체적 설계 협의차 한국에 왔다.

“한국의 ‘마티스 성당’ 만들어 보자고요.” 용인 신봉동 성당 설계에 참여하는 김인중 신부(왼쪽)와 프랑스 건축가 베르나르 게일러씨가 김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 그림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오랜 세월 밖에서 실험한 것을 고국에서 선보이려니 참 떨립니다.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선 작업을 많이 했는데 정작 한국과는 인연이 없었어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김 신부가 말했다. 김 신부는 교회 미술의 본고장 유럽에서 '스테인드글라스의 왕'이라 불린다. 투명 유리에 서예하듯 자유롭게 페인팅하는 독창적 스테인드글라스 기법에 감명받은 유럽인들이 붙인 별칭이다. 그러나 정작 그의 작품이 설치된 국내 성당은 대전 자양동 성당 딱 한 군데밖에 없다.

김 신부를 고국으로 소환한 건 신자들이었다. 현재 임시 건물을 쓰고 있는 신봉동 성당은 지난해 신축 건물을 준비하며 신자들에게 원하는 성당을 물었다. 그때 나온 이름이 '김인중'이었다. 박두선 신봉동 성당 주임신부는 "빛의 신앙인 천주교의 정수를 드러내는 데 신부님의 스테인드글라스만 한 게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김 신부는 성당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대신 5년 전쯤부터 협업한 게일러씨가 설계를 맡는다는 게 전제 조건이었다. 두 사람은 "어둡고 딱딱한 성당 건물의 이미지를 탈피하자"고 합심했다.

신봉동 성당 설계안. 베이지톤으로 연출된 성전에 김인중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가 펼쳐져 있다.

"하느님은 우리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돼 있는데, 정작 우리가 하느님을 만날 준비가 돼 있지 않아요. 잡념 가득하고 허상에 사로잡혀 있으니까요. 마음을 비워 하느님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침묵(沈默)의 공간을 만들려 합니다." 게일러씨가 도면을 펼쳤다. 베이지색이 감도는 원형 성전(聖殿) 안에 김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제단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 십자가는 3m 정도 되는 벽체에 십자가 모양으로 구멍을 낸 설치물이 대체한다. 구멍 사이로 스테인드글라스에 흩뿌린 색이 드러나며,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다른 십자가가 연출된다. 군더더기 없이 산뜻한 디자인에 야수파 거장 마티스가 제단, 십자가, 스테인드글라스까지 만든 프랑스 남동부 방스의 로사리오 성당이 떠오른다.

워낙 현대적이어서 신자들이 낯설어하지는 않을까 걱정 어린 목소리도 나온다. "'마티스 성당'도 낯설어 처음엔 '목욕탕 같다'고 말 많았지만 지금은 프랑스에서 '남쪽의 에펠탑'이라 부르지요. 그 자체가 하느님의 언어인 세계적 성당이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