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101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이 60년 만에 대수술을 받는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서울 경복궁 안 국립고궁박물관 앞뜰에 있는 이 탑의 보존 상태가 계속 악화돼 전면 해체·보수 공사에 들어간다고 9일 밝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1957년 시멘트로 땜질한 부분까지 떨어지는 등 위험한 상태"라며 "부재를 해체해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로 옮겨 2019년까지 보존 처리를 끝낼 계획"이라고 했다.

문제는 '수술' 이후다. 수리가 끝난 뒤 탑을 어디로 가져가야 할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원래 있던 원주 법천사터로 가야 한다"는 주장과 "가장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국립박물관으로 가는 게 맞다"는 반론이 팽팽하다.

이동만 9번, 곡절 많은 걸작

지광국사탑은 고려시대에 나라로부터 '왕사(王師)'와 '국사(國師)'의 칭호를 받았던 지광국사(984~1067)의 사리를 봉안한 탑이다. 화강암으로 제작된 높이 6.1m의 탑으로, 아래 평면이 4각형인 독특한 양식, 탑 전체에 걸쳐 조각된 구름·연꽃·봉황·신선 무늬 등 화려하고 이국적인 풍모까지 갖춰 우리나라 승탑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 앞뜰에 서 있는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국보 제101호). 하층부 몸돌에는 화려하게 장식한 가마로 사리를 운반하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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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은 우리 문화재 수난사를 대변한다. 일제강점기 법천사터에서 서울 명동으로, 다시 일본 오사카로 불법 반출됐다가 다시 돌아오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1990년 현재 자리로 오기까지 최소 9번을 옮겨다녔다. 6·25전쟁 때는 지붕돌에 폭격을 맞아 1만2000개 파편으로 조각났다가 1957년 일일이 붙이고 시멘트로 땜질했다.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이 경복궁을 떠나 용산으로 이전할 때 다른 석조물들을 모두 가져갔지만 이 탑만은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옮기는 과정에서 더 훼손될 것을 우려해서다.

어디로 가야 하나

국립중앙박물관은 "보존 처리가 끝난다 해도 워낙 상태가 안 좋았던 탑이라 더 이상 야외에서 비바람을 맞으면 안 된다. 탑을 가장 잘 보존·관리할 수 있고 많은 사람이 관람할 수 있는 박물관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용희 보존과학부장은 "현재 상설전시관 내에 있는 개성 경천사지 10층 석탑처럼 실내에서 전시하는 게 안전하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석탑 전문가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더라도 보호각 없이 야외에 세우는 건 위험하다. 보호각을 씌워 폐사지에 세우는 것보다는 국립지방박물관으로 가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하지만 원주시 시민단체와 불교계는 "문화재는 원래 장소에 돌아가는 게 옳다"고 주장한다. 법천사터에는 2m 간격을 두고 탑과 지광국사탑비(국보 제59호)가 쌍으로 놓여 있었는데 현재는 탑비만 홀로 서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승탑과 탑비는 세트이기 때문에 한자리에 있어야 한다. 지금 상태는 사람으로 치면 몸과 머리가 따로 있는 것"이라고 했다. 원주시는 16년째 진행 중인 법천사터 발굴 작업을 마무리하고 종합정비계획 수립에 들어간다. 박종수 원주시청 문화재팀장은 "금당 등을 복원하고 전시관을 세울 계획이다. 지광국사탑이 돌아온다면 이 전시관 안에 놓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문화재청은 22일 오후 2시 공사 시작을 알리는 해체 공사 보고식을 연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보존 처리가 끝난 후 문화재위원회를 거쳐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