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 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전쟁 그 자체였다. 양 팀 선수단은 물론이고 팬들 역시 이 경기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승부가 갈린다면 '변곡점'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기세로 경기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후회없이 싸웠다. 다들 하얗게 불태웠다.

ⓒAFPBBNews = News1

6일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열린 토트넘과 아스널의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9라운드. 183번째 북런던 더비 현장에 갔다. 경기 시간 전 60분, 경기 시간 90분 그리고 이후 30분을 따라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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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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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 전부터 피를 봤다. 토트넘과 아스널의 라이벌 관계는 유명하다. 언제나 폭력이 끊이지 않는다. 이날 화이트하트레인 주변에는 300여명의 경찰 병력이 포진했다. 토트넘과 아스널의 팬들 간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20여기의 기마경찰도 도왔다. 경찰 병력과 기마 경찰 그리고 경찰차로 원정 서포터석 가는 길에 바리케이트를 쳤다. 그래도 역부족이었다. 토트넘 팬들은 아스널 팬들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경찰 바리케이트 너머로 계속 욕설을 하고 오물을 던졌다. 이미 아래쪽에서는 난투극이 벌어졌다. 아스널팬 한 명은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 채로 지나갔다. 핏빛 혈투의 시작을 알렸다.

아스널 팬들과 난투극을 벌일만큼 토트넘 팬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동안 아스널에게 눌렸던 자존심을 이번 경기를 통해 잡겠다고 다짐했다. 벤이라는 이름의 한 팬은 "그동안 아스널이 잘나가는 꼴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이번이 설움을 되갚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우리 홈에서 아스널을 꼭 눌러버리겠다"고 했다. 또 다른 팬이 옆에서 거들었다. "오늘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아스널은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아르센 벵거 감독도 그만할 때가 됐다. 우리가 오늘 그를 사지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돈벌이

경기 전 화이트하트레인 주변은 암표상으로 넘쳐났다. 동양인들만 보면 달려들어 "Do you need a ticket?(너 입장권 필요해?)"를 외쳤다. 경기 전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암표 최고가는 800파운드(약 136만원)로 올라간다고 했다. 얼마냐고 묻자 암표상은 씩 웃으며 300파운드(약 51만원)라 했다.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자 270파운드, 250파운드를 외쳤다. 경기 시작 직전 그 암표상을 다시 만났다. 표를 팔았다고 했다. 그는 "나는 토트넘의 시즌권 홀더다. 오늘 경기를 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한국이나 중국, 일본 사람들에게 훨씬 많은 값을 받고 팔 수 있다. 내 일주일치 방값은 나왔다"고 말했다. 한국 팬들도 곳곳에 보였다. 이들은 암표상에게 표를 사기도 하고, 한국인 민박과 연결된 티켓 업체를 이용하기도 한다. 아시아 축구팬들 덕분에 영국 현지에는 티켓 암시장이라는 새로운 경제 체제가 생겼다.

▶난타전 그리고 손흥민

아스널은 신중했다. 상대의 홈이였다. 게다가 아스널은 페트르 체흐와 로랑 코엘리니가 부상으로 결장했다. 수비에 치중한 아스널은 전반 39분 아론 램지가 선제골을 넣었다. 램지는 입에다가 손가락을 갖다 댔다. 홈 관중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세리머니였다. 토트넘 팬들은 아무말 없이 고개만 감싸쥐었다.

후반 9분 경기에 큰 변수가 생겼다. 코클랭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했다. 토트넘 팬들은 난리가 났다. 서로 얼싸안았다. 후반 15분 알데르베이럴트가 동점골을 넣었다. 2분 뒤 케인이 역전골을 넣었다. 화이트하트레인은 'COYS(Come On You Spurs, 힘내라 스퍼스)'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경기장 밖도 마찬가지였다. 경기장에 입장하지 못한 팬들은 펍(술집)에 모여 경기를 지켜봤다. 동점골 역전골이 터졌을 때는 세상 모든 기쁨을 다 누린 듯 했다.

하지만 토트넘의 환희는 오래가지 못했다. 후반 31분 아스널의 산체스가 동점골을 넣었다. 경기는 얼어붙었다. 후반 37분 손흥민이 투입됐다. 역전을 노린 공격적 변화였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담담했다.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표정이 컸다. 몇몇 한국팬들만 박수를 칠 뿐이었다. 손흥민은 추가시간까지 포함해 10여분 경기장을 누볐다. 하지만 볼을 잡기도 힘들어 보였다. 시즌 6호골 사냥에 실패했다.

▶희비교차

경기 후 믹스트존은 조용했다. 토트넘 선수들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1명이 더 많은데다 자신들의 홈에서 비겼다. 사실상의 패배였다. 반면 아스널 선수들은 확실히 활기찬 모습이었다. 패색이 짙었지만 비겼다. 다들 웃음을 드러내며 여유있게 인터뷰를 마쳤다. 런던=이 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임종훈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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