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오후 런던 시내 트래펄가 광장 인근 스타벅스 매장. 리디아 쿠마르(32)씨는 커피 한 잔을 주문한 뒤 창가 좌석에 앉아 가방에서 책부터 꺼냈다. 경제 관련 월간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였다. "요새는 사회과학책이나 소설책을 한 달에 4권쯤 읽어요." 잠시 후 커피숍 한쪽엔 20대 중반 남성이 헤밍웨이 책을 꺼내 읽었다. 매장 직원은 "혼자 오는 손님 3분의 1 정도는 책을 읽는다"고 했다.

같은 시각 서울 도심의 스타벅스 무교동점. 자리에 앉아 있는 손님 99명을 관찰했다. 25명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고 8명은 노트북으로 무엇인가 작업 중이었다. 그나마 책 읽던 20대 남성이 한 명 있었는데 만화책이었다.

하루에 단 6분 책을 읽고, 성인 10명 중 3~4명이 1년에 책 한 권 보지 않는‘독서 빈국(貧國)’한국. 이 지적 빈곤을 깨려는 작은 시도도 일어나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도봉구‘도봉 기적의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이 의자에 앉거나 창가에 엎드려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이곳은 도봉구와‘책 읽는 사회 문화 재단’이 건립해 작년 7월 문을 연 어린이 전용 도서관이다.

[[기관 정보] 통계청, 국민 하루평균 책 읽는 시간 '6분']

대한민국이 책을 읽지 않는 나라가 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4년 생활시간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하루 평균 책 읽는 시간은 6분이다. '책을 10분 이상 본다'는 사람도 전체의 10%뿐이다. 지난해 국내 성인 독서율은 65%. 이 조사가 처음 시작된 1994년의 성인 독서율은 86.8%였다. 과거엔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어른이 10명 중 한 명 남짓했으나, 지금은 3~4명에 이른다는 얘기다. 국제 여론조사 기관 'NOP 월드'가 세계 30개국 3만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 1인 평균 주당 독서 시간' 조사(2005년)에서 한국은 3시간 6분으로 꼴찌였다. 우리의 독서 퇴화 속도로 보면 같은 조사를 지금 해도 하위권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우리 아이들은 어떤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성적(2009년)에서 한국 학생들은 독해 부문(reading)에서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교과서와 참고서를 뺀 독서량 순위는 16위다. 38.5%의 학생이 학업 이외에는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 2000년 조사 때보다 8%포인트 늘었다. 독서로만 놓고 보면, 한국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퇴보하고 있는 것이다.

독서의 퇴보와 부재(不在)는 창의성이 요구되는 지식 기반 경쟁 사회에서 개인과 국가에 치명적인 손상을 준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독서의 경제적 영향')는 국가별 연평균 독서율(연간 책 한 권 이상 읽은 비율)이 미래 성장률 및 글로벌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독서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경쟁력 지수' '경제적 혁신성 지수' 등과 '글로벌 기업가 정신 지수'가 모두 높았다.

지금 선진국들은 앞다퉈 '읽기 혁명'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영국은 전국의 모든 아기에게 책 선물을 해주는 '북스타트(BookStart)'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동도서관 버스를 운행하는 핀란드는 책이 사람을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