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과 '응답하라 1988'의 성공, 세계 최강 이세돌 九단과 중국 신예 커제 九단의 결승 대국, 인간 두뇌에 도전장을 던진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九단 간의 오는 9일부터의 대결 등 근래 바둑계에 흥미로운 이슈가 쏟아지고 있다. 대중적 관심도 뜨거워지면서 '이창호 키즈' 이후 제2의 바둑 붐이 부는 것 아니냐는 희망 섞인 이야기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바둑 보급은 엘리트 교육과 대중 보급으로 나눌 수 있다. 연구생 제도로 대표되는 엘리트 교육은 만 16세 미만 소수의 유망주가 주 대상이다. 한편 1990년대 바둑 붐과 더불어 성행했던 바둑 학원은 그 수(전국 약 200개)가 많이 줄어 주로 아동 교육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 밖의 대중 보급은 지자체나 문화센터에서 간간이 이뤄지며, 주로 장노년층이 대상이다. 이렇게 바둑 보급에서 경제활동층이 소외된 것은 악재라 할 수 있다. 바둑을 산업으로 볼 때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의 유입이 발전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 평생의 관심과 취향이 결정되는 점에서 바둑 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청소년의 흥미를 유발시킬 필요가 있다.
최근 입학사정관제와 중학교 자유학기제로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바둑을 통해 학생과 각계의 멘토를 이어주는 프로그램이 이들에게 한 대안이 되고, 바둑 종사자에게는 보급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의사·법조인·교수 등이 바둑에 대한 사랑이 각별함은 잘 알려져 있다. 학생은 조언을 듣고 직업 체험을 하며 진로를 설계하고, 멘토는 이들과 취미를 공유하고 경험을 나눔으로써 서로 유익할 것이다. 세대 간 소통과 화합의 장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
성인을 향한 보급은 좀 더 전략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상류층 전유물이던 골프와 와인이 대중화된 것은 그 즐거움 외에도 '과시 효과'를 주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영향이 컸다. 바둑도 고상하면서도 실용적인 이미지를 부각시켜서 관심을 유도하면 좋을 것이다. 바둑 두는 장소가 유쾌하고 '팬시'한 곳이 된다면 제2의 바둑 붐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꺾는다면 모처럼의 바둑 열기가 금세 사그라질 가능성도 있다. 저변을 넓히고 인류 지성을 후세에 전하기 위한 바둑인들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