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親朴)계 핵심 인사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현역 의원 40여명의 물갈이를 요구했다는 이른바 '살생부' 파문이 당내 '친박(親朴)·비박(非朴)' 간 갈등으로 번져가고 있다.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친박계 의원들은 28일 "청와대를 비롯해 친박 측 핵심 인사가 이 시점에 김 대표에게 살생부 명단을 건넸을 리 만무하다"며 "김 대표가 정확한 경위를 밝히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 측은 "살생부 명단은 없으며, 물갈이와 관련된 소문을 언급한 것이 과장돼 전달됐다"고 했다.
그러나 살생부 존재를 처음 언급한 비박계 정두언 의원은 이날도 "김 대표로부터 살생부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고 했다.
이한구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공천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굉장히 깨끗한 선거, 공정한 공천을 해야 하는 사람이 찌라시(사설 정보지) 전달자나 찌라시 작가 비슷한 식으로 의혹을 받는 것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당의 공식 기구에서 철저하게 조사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그는 "정두언 의원에게 직접 들은 여러 상황과 대외적으론 알려지지 않은 상황까지 생각한다면 마치 '3김(金) 시대'의 음모 정치의 냄새가 난다"고 했다. 정 의원은 이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친박 핵심 관계자가 김 대표에게 직접 명단을 불러주며 공천 배제를 요구했다고 김 대표에게 직접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불거진 살생부 논란은 '친박 핵심 관계자 또는 청와대 관계자가 김 대표에게 물갈이 명단을 불러줬다'는 것이지만, 친박계나 청와대는 진실 공방에서 한 발 떨어져 있다. 우선 이 얘기의 출발점인 김무성 대표와 정두언 의원의 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논란이 확산하자 27일 "(친박 측으로부터 현역 물갈이) 요구를 받은 적이 없고, (다만) 정두언 의원과 정치권에 회자되는 이름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을 뿐"이라고 김학용 비서실장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정두언 의원은 "김 대표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했다.
만약 청와대 관계자가 당 대표를 만나 '공천 살생부'를 건넸다면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친박계는 자체 확인 결과 누구도 김 대표를 만나 그 같은 명단을 언급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대표 책임론'을 거론하는 등 전면적인 공격에 나섰다.
최경환 의원은 이날 "김무성 대표가 물갈이 명단을 친박계로부터 받았으면 받은 대로, 안 받았으면 안 받은 대로 직접 나서서 경위를 밝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당내 분란을 더 키우고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도 "누군가 당의 분란을 야기하려고 말도 안 되는 얘기를 꾸며내고 있다"고 했다.
김태흠 의원은 "김 대표는 정말 살생부를 받았는지 정확하게 경위를 밝혀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총선을 앞두고 이런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한 응분의 책임을 본인이 져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 측은 "살생부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현역 의원 물갈이와 관련해 떠돌아다니는 얘기들이 많은데 김 대표가 정 의원과 그런 얘기를 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정 의원이 김 대표와 나눈 얘기를 언론에 과장해서 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비박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청와대 등 친박계가 김 대표에게 물갈이를 실제로 요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하고 있다. 한 비박계 인사는 "김 대표가 청와대나 친박계와의 정면승부가 부담스러워 한 발 빼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